[할머니의 손] Ⅳ. 흔적과 기억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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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경전을 오래 읽었다. 할머니가 믿던 신에 관한 것도 아니었고 다른 가족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몰랐기에 할머니가 붙잡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고 싶었다. 할머니는 죽은 후 천사들의 비호를 받으며 천국 문을 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연옥이라는 곳에서 한동안 지내며 아흔 인생을 기꺼이 반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어떤 세계에서 소중하고 귀한 아기로 다시 태어나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것들만 기원했다. 겁 많은 할머니에게 더는 무섭거나 외로운 일이 없도록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며 기도했다. 그 무렵에는 주말 나들이를 갈 때도 기도문을 항상 챙겨 가지고 갔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도문을 읊으면서 한계 없이 상승하는 할머니를 상상했다. 죽은 사람은 인간의 지력으로 알지 못할 어떤 곳을 향해 상승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것 같았다. 누군가가 할머니 곁에 함께 해 주었으면 했으나 거기까지는 내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소리 내어서 하는 기도가 어떤 기이하면서 신비로운 형체로 변하여 상승하는 할머니를 돕고 있지는 않을까. 상승하는 속도를 지상에 있는 내가 따를 방법이 없어, 내가 당장 숨을 거두게 된다 해도 할머니를 따라잡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하겠구나. 내가 마지막에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와 기원과 할머니를 떠올리고 오래 묵상하는 일뿐.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시간이 흘렀다.
2025.04.10.
≪할머니의 품과 손≫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할머니 이야기가 더 많은 분의 마음에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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