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서울랜드에 다녀왔다. 그 전 달에 서울대공원에 갔었고 아이가 좋아하기에 다음 행선지를 서울랜드로 잡은 것인데, 사실 별이는 코끼리열차만 탈 수 있으면 어디든 좋았던 것 같았다. 생각보다 별이가 즐길거리는 많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 오래 줄 서기 힘들었고 제대로 끼니를 때울 수도 없었다. 아이가 먹을 것을 좀 많이 챙겨갔어야 했는데 내가 무지하여 그러지 못했다. 결국 유모차 한 대 빌려서 아이 태우고 다니며 경치 구경한 시간이 제일 많았다.
다행히 별이 또래 아이들이 탈만한 놀이기구가 하나 있었다. 키 130cm 이상은 탈 수 없는 자동차 놀이기구였다. 지프차, 스포츠카 등 다양한 자동차를 타고 레일을 따라 네 바퀴 도는 놀이였고 장난감 차체가 워낙 작아서 어른들은 같이 탈 수 없었다. 어른들은 아이를 안고 줄을 서 기다린 다음에 자동차에 아이만 태워놓고 나와야 했다. 그들은 출구 쪽 놀이기구가 제일 잘 보이는 펜스 앞에 일렬로 쭉 서서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그만 원을 그리며 아이들이 네 바퀴 도는 동안, 어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다.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별이를 보라색 지프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어 주고서 펜스 쪽으로 나와 섰다. 아이가 콕 집은 자동차에 태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별이는 자동차에 타자마자 자연스럽게 핸들을 돌리고 기능 없는 색깔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신이 났다.
한 바퀴씩 돌아 펜스 앞으로 올 때마다 별이는 엄마를 찾아 눈을 맞추었다. 펜스에서 멀리로 가게 되면 시선을 거두고 능숙하게 핸들 돌리기에 집중하면서 한 바퀴 돌아 다시 왔다. 나는 매번 손을 높이 뻗고 별이를 반겼다. 별아! 별아! 엄마 여깄어! 별이 파이팅!
별이가 이런 놀이기구를 혼자 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는 별이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했다. 엄마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그 많은 어른들 무리 중에 엄마를 한 번에 찾고 엄마가 거기에 있는 건 당연하다는 듯 다시 핸들 돌리기에 열중하는 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믿고 있구나. 고맙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에 마지막으로 떠올릴 장면이 바로 오늘 같다고.
엄마와 인사하며 멀어지는 별이의 얼굴과 세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엄마와 만나리라는 것을 서로 확신하는 그 순간을 말이다. 사랑해, 우리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