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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작 Apr 10. 2022

들어가며

육아불안 되짚기 - 엄마의 일기



© Anemone123, 출처 Pixabay



근원을 알면 다룰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과거 형제자매 동네 친구들과 같이 아이를 키우며 얻었던 정보를 요즈음 시대에는 인터넷에서 얻는다.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같으나 인터넷상의 정보는 그 진위를 한꺼번에 파악하기 힘드니 더욱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비교에서 오는 위축감과 옥석 가리기의 시기를 혹독하게 겪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걸 겪냐는 질문에 '평생'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 분명하므로 함부로 묻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맞서기 힘든 거대한 진실 앞에서는 종종 눈을 감게 되니까.



친정엄마는 나를 결혼시킬 때조차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제일 먼저 알아봤고, 종국에는 시부모님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 나를 여러 번 울리곤 했다. 이 눈치싸움에서는 상대 눈치 안 보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자가 승리하는 거였다. 딸을 가진 자신이 이미 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휘두르기는 퍽 쉬운 일이었다. 딸의 정신이 조각조각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엄마는 그렇게 손을 털었었다.



꼭 SNS 스타가 되어 자기 삶을 전시하여 판매하는 사람만이 인플루엔서가 아닐 거다. 자기 생각과 고집을 강한 말로 늘어놓을 줄 알고(인터넷의 경우는 글이나 영상) 사람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인플루엔서다. 뛰어난 언변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사 속에 많은 인물이 그랬듯이.



개인에게 마이크가 쥐어지는 사회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인플루엔서들이 탄생하는데, 대중은 그들을 믿고, 따르고, 종종 배신당하고 분노한다. 그래서 나는 인플루엔서라는 말보다는 빅마우스 Big Mouth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 전문성 없이 언변과 아집만으로도 그들이 탄생하는 것을 자주 보아 왔기 때문이며 그들이 주는 부정적 영향까지 인플루엔스 influence로 쳐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빅마우스들은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모습을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해 전시했고 당연히 난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내가 하는 모든 과정을 의심하게 되면서 정말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아이 두 돌이 넘게 산후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에 시달렸던 이유기도 했다. 말하자면 누구나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육아 규칙이 있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행보가 비루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불안은 불안을 낳고 우울을 낳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아이 낳기 전의 반짝이던 모습을 되찾는 자들의 포스팅도 나를 울게 했다. 수면 아래 어떤 발버둥이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작정한 사람처럼 괴로워했다.



불안정했던 나는 더 과시적이고 단정적인 빅마우스들에게 홀렸다. 그들은 다른 전문가들보다 과시와 재촉에 능했다. 불안 마케팅의 귀재들이었다. 누구나 잘하고 싶으나 정도正道가 없는 이 육아라는 세계는 컴컴한 터널 속을 혼자 지나는 과정이라 오늘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른 채.



여전히 지속되는 ‘불안’을 다루기 위하여 글을 쓴다. 휘둘리는 나를 직시하기 위해.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그를 통해 불안을 효과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다.



모래야 나의 조급은 얼마나 사소하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내가 지나는 시간은 얼마나 순간이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다음에 계속)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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