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하는 사랑, 알고 하는 사랑

완전함이란 믿음에서 시작해 불완전함을 통과해 완전함으로 향하는 여정

by 순주씨

사랑은 모르고 하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안다고 착각하는 단계를 지나, 사실 몰랐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비로소 앎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연약한 상태로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하여,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 안다고 착각하고 식었다가, 자신의 미숙함과 무지함을 다시금 깨닫고, 비로소 제대로 알게 되는 과정이다.


모르고 하는 사랑, 알고 하는 사랑, 이중에 무엇이 더 소중하고 뛰어난가에 대해서 나는 둘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모르고 시작하는 사랑, 가장 연약하고 무능할 때에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우리가 태어나 맨 처음 마주하고 눈 맞추는 존재, 엄마. 그 태에서 그의 피로 자라, 마침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마주하고 살 부비게 되는 존재, '나'라는 생명을 이 땅에 내보낸 존재이자, 내 생존의 열쇠를 쥔 우주와도 같은 존재인 엄마. 그리하여 사람이라면 누구나 처음 사랑하게 되는 존재는 엄마다.


아이들은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엄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랑한다. 감각과 느낌으로, 본성적으로 사랑할 뿐, 지각적으로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장점과 결함을 지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


흔히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전에 이미 부모에게 할 효도를 다 했다고도 한다. 그때 아이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사랑으로 할 효도는 다 했다는 말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즉 아이가 무언가 알게 되기 전에만 할 수 있는 백지 상태에서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 시기에만 가능한 특별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가장 무지하고 연약하고 무능할 때에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 그게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사랑이다.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랑은 모른 채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왠지 느낌적으로 끌리는 사람, 그 끌림이 곧 사랑의 시작이다. 모르면서 사랑한다니, 얼마나 야성적이고 본능적이고 무모한가. 그러나 이러한 무모한 용기없이 사랑은 시작될 수 없으며, 나는 이때의 용기가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랑이든지, 오해를 거쳐간다

모른 채 시작한 사랑은 어렴풋이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곧 오해의 과정을 거친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와 불화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사춘기는 머리가 크고 자기가 무언가를 알게 되며 자아가 생겨난 시기다. 이때는 완전히 알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알게 되면서 오해하게 되기 때문에 부모와 불화하게 된다.


사랑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거쳐간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상을 그린 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이일 때, 내게 우주와 같이 완전한 존재라고 믿었던 엄마, 그 완전함이라는 상이 깨지기 시작한다. 어렴풋이 알아 간다, 엄마도 똑같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이성간의 사랑이라고 다르지 않다. 처음 내가 가졌던 느낌, 그 사람에 대해서 그렸던 상이 깨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무지했기 때문에 완전한 상을 그리며 시작할 수 있었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그 상이 깨져가고 위기를 맞는다.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통해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또 다른 자기만의 상을 그린다. 이때 우리는 서로를 안다고 착각한다.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오해하고 불화한다.


안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허물 때, 사랑은 지속된다

어떤 사랑은 오해라는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끝나버린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오해했음을 깨닫고 다시 처음처럼 새로워지기도 한다.


육아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아보고 키워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겠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엄마는 대체 왜 그러냐며 짜증내고 화냈던 사춘기, 20대를 지나서 비로소 자기가 엄마의 입장의 놓여보니 엄마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경험을 통해 온전한 앎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다.


또한, 사람이 지닌 불완전함에 대해서, 자신과 타인의 미숙함과 연약함에 대해서 다시금 성숙한 태도로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 불완전함과 미숙함 속에 사실 완전함이 깃들어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제대로 안다는 건 지난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며, 사실 '안다'라는 어떤 상태적, 종지부적 표현보다는 '알아가고 있다'라는 여정적이며 동적인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우리는 안다고 마침표를 찍게 되는 순간 더이상 알아갈 노력을 하지 않고 오해의 상태에서 잔존하게 된다. 그때 사랑은 끝난다.


사랑이 완전함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해 불완전함과 오해의 과정을 거쳐 다시금 완전함을 향해가는 여정이라면, 그 선 상의 모든 순간이 저마다의 의미가 있고 헛되지 않다. 그 중 어떤 점이라도 없었다면 그 선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에, 불완전하고 미숙했던 오해의 시간들까지도 우리가 사랑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가야했던 시간들이었음을.


무모하고 용기있었던 사랑의 시작부터 안다고 착각했던 오해의 과정, 오해를 허물고 다시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비로소 "너는 나를 진정 아는구나"라고 서로에게 말할 수 있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에서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음을 나의 삶속에서 깊이 느끼고 깨닫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마디 말보다 나은, 위로의 스킨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