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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Mar 05. 2022

결국은 걸림  

코로나에 확진되어 이틀째 자가격리 중인 아이가 일기를 못쓰겠다며 짜증을 잔뜩 냈다.

오늘 하루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방에서 격리생활만 하는데 무슨 특별한 일기 꺼리가 있냐는 거였다.


'아니 왜 없냐

코로나에 걸렸다는 엄청난 사실이 있지 않냐,

그렇게 조심하고 경계했는데 걸렸을때 마음 어땠냐,

그래도 우리가 잘 극복하고 바이러스와 잘 싸우고 있지 않느냐,

그런 너의 감정과 생각을 써봐라'


라고 했으나

여전히 힘들고 어려워했다.


당연한 일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성인들도 말은 번지르하게 하지만 그걸 그대로 글로 표현해 내는 건 어려워하는 이들도 무척 많다.

(나 역시 그렇다. )


여튼 우리 가족, 사총사는 시간차를 두고 모두 확진됐다.

3차 접종을 마친 내가 혼자 음성이다가 4일째 동반 격리 과정에서 확진되었다.

증상이 매우 확실하고, 꽤 아팠고, 기사 등을 찾아보니 후유증도 있을 수 있다니 무섭기도 했다.

아이들이 경미하게 지나가서 무척 다행이었다.





토이스토리 전 시리즈를 봤고, 몬스터주식회사, 코코와 인사이드아웃과 소울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을 마스터했으며 비행기를 스무개를 조립했고, 체스를 배웠고, 가끔 만점왕도 풀었다.

재택근무는 엉망이었지만

아이들은 사이좋게 놀다가도 하루종일 붙어있다보니 싸우기도 했는데,

그럴땐 이렇게 폼나게 말했다.


'우리가 코로나에 감염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너희들은 철저하게 방역수칙도 잘 지키고 그동안 잘 막아왔는데

이제는 확진자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고, 오미크론이란 놈이 아주 지독한 놈이기 때문에 확진된거야.

바로 이럴때 가족은 서로 의지하고 도와줘야해.

솔직히 우리 코로나 걸려서 격리하고 있는데, 어때?'  


히히 학교 안가서 좋아

사실 엄마도 회사 안가서 좋아

 

'우리가 하루종일 앞으로 일주일동안 붙어있어야 하는데, 서로 챙겨주고 이해하고 걱정해주어야겠지? '

 

시간차를 두고 확진된 덕에 동반격리 과정까지 2주를 집안에서만 생활했지만

단 한순간도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격리일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까지.. (라고 하면 안될 것 같지만)


  

음성인 엄마를 위해 아이들이 화장실 문에 이렇게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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