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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재미 Nov 08. 2019

응답하라, Z세대

이들에게는 앞으로 추억이 될 사건들

tvN 시리즈 <응답하라 1994>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는 학생 때의 추억이 남아 있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와 인상적인 인물로 그때를 기억한다. 어쩌다 우연히 추억의 조각을 주워 들 때면, 그것은 마치 타임머신처럼 과거의 그 시점에 우리를 떨궈놓는다. 주워 든 조각이 좋았든 싫었든 참 많은 영향을 받았더랬다. 세계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우리는 세상에 예민했고, 일부가 되고 싶었다가 다시 혼자이고 싶기도 했다.


지금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Z세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훗날 추억이 될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1. 싸이와 BTS




이들로 인해 한국의 문화는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이전에도 아시아권에 K-POP 열풍이 불었지만, 이렇게나 세계적이지는 않았다. 이제 빌보드는 감히 넘보지 못할 상대가 아니다. 한국은 쿨한 나라가 됐다.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 속에서 자란 Z세대는 세계 진출이 어느 정도 해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은 무엇보다 무서운 동력이다. 실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현상도 만들 수 없다. 두둑한 배짱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의 Z세대들은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낼까?




2. 유튜브와 넷플릭스




영상은 글보다 직관적이다. 만약 Z세대에게 말로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한다면, 이들은 당신이 불필요하게 수다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다 유튜브 링크 하나가 이들을 더 효율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Z세대는 소름 돋을 만큼 취향저격인 넷플릭스의 콘텐츠 큐레이션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교육에서 역시 맞춤화된 콘텐츠를 원할 것이다. 이에 대비하고자 교육 업계에서는 '마이크로 러닝(micro-learning)'을 도입하기 위해 열심이다. 마이크로 러닝이란,  5~7분의 단위가 매우 작은 학습을 뜻한다. 이처럼 학습 단위를 잘게 쪼개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 습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복습을 하기에도 용이하다. 개인의 수준과 관심사에 따라 수 만 가지 조합으로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더해서 넷플릭스는 시즌 단위로 콘텐츠를 릴리즈하여 '정주행'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정주행은 Z세대의 업무 습관에도 적용된다. 이들은 끊김 없이 한 번에 일을 처리한 뒤에, 또 다른 일감을 원할 것이다! 속도감 있는 업무 처리는 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된다.




3. 오바마와 트럼프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이다. Z세대는 상반되는 두 대통령의 미국(이라 쓰고 세계라 읽는다)을 경험하며, 계층, 인종, 종교, 국가 등 다양한 이슈와 싸우고 충돌한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많이 혼란스럽지만 깊은 고민 속에서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저소득층과 다인종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 개혁을 통해 의료비 부담액을 낮췄고, 연설에서 크리스마스(Christmas) 대신 연휴(holiday)라는 단어를 선택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른 문화권 출신의 비기독교인 이민자들을 배려한 워딩이다.


반면에 엔터테이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관세장벽으로 보호무역을 부활시켰고, 멕시코인들이 미국에 불법으로 넘어올 수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트럼프 장벽’을 세운다고 한다.(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는 대통령 유세에서 'Happy Holiday'를 'Merry Christmas'로 되돌려 놓겠다며 크리스마스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민주당 경선 후보, 앤드류 양 (Andrew Yang)


만약 민주당 경선 후보인 앤드류 양이 미국 최초의 아시아인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그는 Z세대의 가치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이며, 모든 국민에게 1천 달러의 무상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다소 급진적인 그의 목소리에 Z세대는 귀 기울이고 있다.




4. IS와 세월호



IS (Islam state)는 새로운 이슬람 국가 재현을 위해 참수와 유물 파괴도 주저하지 않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작년 12월, IS 완전 격퇴가 공식적으로 선언됐지만, 이를 비웃듯 여전히 SNS를 통해 사회적 불만을 가진 청소년들을 포섭하고 있다. 이들의 할리우드 뺨치는 화려한 테러 마케팅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는 것이다.


종교적 이념이 아니라 사회적 무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 한 켠에는 ‘기억과 빛’이라는 추모 공간이 세워졌다. 또래 친구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Z세대에게 커다란 트라우마가 됐다.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에서 어른들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다. 누구도 믿지 못하며, 나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처럼 Z세대는 비록 전쟁의 시대는 아니지만,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가깝거나 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는 각종 테러와 사고 영상들은 아직도 충격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Z세대는 안전하지 못해서 불안하다.



5. 노브라와 동성결혼


60년대 미국의 브라 태우기 의식


소수자들이여, 일어나라! 코르셋에 이어 이제는 브라가 여성 억압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 노브라 운동의 중심인물이며, Z세대의 우상이었던 여성 아이돌은 쏟아지는 비난에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요한 죽음 뒤에는 떠들썩한 뉴스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에 아주 관심이 없는 Z세대도 한 번쯤은 '노브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과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후자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앞으로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소수자의, 소수자에 의한, 소수자를 위한 또 다른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시아에도 무지갯빛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올해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 안을 가결했고, 일본은 도쿄 올림픽에 앞서 성 정체성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소식을 접한 순간, 성소수자들의 마음에는 어떤 일렁임이 있었을까? 그동안 자유로운 사랑의 권리가 서양 국가들만의 것이었다면, 이제는 동양에서도 조금씩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점차 이들의 방식이 인정받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터부시 되었던 문화가 기존의 보수적인 문화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수많은 갈등을 잘 딛고 일어섰으면 좋겠다. 우리도 하루빨리 캐주얼하게 자기의 성 정체성을 밝혀도 괜찮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랑은 존중받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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