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없이 살래요! 아직도 자라는 중

실험이라 생각하라 도전이 즐거워진다_이번 생에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기

by 선경지명

“실패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을 실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늘 얻던 것만 얻게 된다. 남과 똑같이 하면서 남다른 삶을 살 수는 없고, 어제와 똑같이 오늘을 살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수는 없다. 남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남다르게 행동해야 하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고 싶다면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야 한다. 인생은 실험의 연속이다. 하루 한 가지씩만 시도하자.”

One Day! One Experiment! - 이민규 저, <하루 1% 15일 프로젝트> 중


하루 한 가지 새로운 실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필자가 크고 작은 도전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정리해 본다.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어? 나? 나 커서 훌륭한 사람 될 건데."

(어이없다는 듯이 웃더니) "그래, 꼭 훌륭한 사람 되거라이~"

얼마 전 나눈 남편과 나의 대화이다. ‘커서 뭐가 될라카노?’ 묻길래 처음에는 아들한테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한테 묻는 거였다. 남편한테는 하고 싶은 일 하러 돌아다니고 이일 저일 벌이는 내가 철딱서니 없어 보이나 보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마흔을 훌쩍 넘긴 이 나이에도 나는 꿈이 참 많다. 보통 어릴 적에 이런저런 꿈이 많고 성인이 되어서는 별 꿈이 없다고들 하는데 나는 반대다. 요즘 오히려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다.

얌전하게 10대를 보냈다. 대가족 속에서 자라면서 수줍음이 많고 큰 존재감이 없던 나는 공부로 내 존재감을 높였던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교과서 공부하느라 소설이나 문학 작품을 읽는 것도 참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일이다. 한창 감수성 예민할 때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20대에는 나름 열심히 놀았다. 모범생으로 지내던 중·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말이다.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가 본 노래방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그전까지 남들 앞에 나서서 노래할 기회가 없어 몰랐는데 다들 나보고 노래를 잘한다고 했다.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고음 불가 노래를 거뜬하게 소화해 내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내 존재감이 올라갔다. 사실 노래 듣고 따라 부르고 용돈 모아 음반 사고 콘서트장 다니는 것이 학창 시절 나의 유일한 취미 생활이긴 했다.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아, 이거 딱 내 이야기네’ 하던 노래가 있다.




Thank you for the music - ABBA

I’m nothing special, in fact I’m a bit of a bore

If I tell a joke, you’ve probably heard it before

But I have a talent, a wonderful thing

‘Cause everyone listens when I start to sing

I’m so grateful and proud

All I want is to sing it out loud

저는 특별한 것이 없어요. 어찌 보면 좀 지루한 사람이기도 해요.

제가 만약에 우스운 얘기를 해도 아마 들어본 적이 있는 (진부한) 얘기일 거예요.

그런데요, 제게도 아주 놀라운 재주가 있답니다.

그게요, 제가 노래만 하면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는답니다.

그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 난 그렇게 참 진지하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지만 막연하게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도 꾸었다. 대학교 때 밴드부 보컬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남들 앞에 서는 게 부끄러웠다. 그때 밴드부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때는 왜 좀 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그때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교사가 되고 나서 학교 축제에서 무대에 설 일이 많았다. 교사 밴드에서 노래도 부르고 드럼도 치고 댄스 공연도 하고… 나름 가수의 꿈을 이루며 살고 있는 셈이다.


30대의 나는 결혼과 육아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은 나 자신보다는 가정생활이 우선이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휴직을 하고 육아에 전념했다. 육아가 원래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결혼 4년 만에 아이를 가지고 낳아 키우는 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다. 서서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 둘 찾아 하기 시작한 것이 30대 후반부터이다. 복직 후 보상심리에서였는지 연수를 열심히 들으면서 내 전공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 우연한 기회에 번역서를 출간하게 되었고 번역이 아닌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40대 후반인 지금 나는 이런 것들을 꿈꾼다. 내가 쓴 책을 내 목소리로 녹음한 오디오북을 내고 싶다. 고전을 읽고 탐구하고 내 생각을 말과 글로 잘 풀어내고 싶다. 1년에 1권씩은 책을 내며 살고 싶다. 고래 학교 건물을 짓고 싶다. 건물을 짓게 되면 JYP 사옥처럼 친환경 자재로 건물을 짓고 교사들을 위한 각종 부대시설을 구비할 생각이다. 북 카페, 안마실, 키즈 카페 등 고래 학교 행사 때마다 그곳에서 공연도 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20대에 교사가 되었으니 어떻게 보면 나는 일찌감치 꿈을 이룬 셈이다. 꿈을 이루었으니, 남들 보기에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현실에 만족하며 살면 그만인데 지금까지도 난 뭘 그리 분주하게 살고 있을까? 임용고시를 칠 때만 해도 시험에 합격만 하고 나면 내 인생은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살지만 좋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갈지가 중요하다. 어릴 때는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직업부터 떠올렸지만 지금의 나는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되고 싶은 사람이 떠오른다.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교사, 어른이 되고 싶다. 나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교사이고 싶다. 언제부턴가 내가 만드는 활동지 맨 아래에는 '선생님은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늘 새겨져 있다. 꿈꾸는 삶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학생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꿈이지만 마음껏 꾸는 그런 청소년, 어른이 되면 좋겠다. 경험상 꿈꾸다 보면 그게 또 현실이 되기도 하더라.


나는 작가를 꿈꾼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평생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꿈꾼다. 책 몇 권을 냈다고 해서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단순히 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 쓰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생각을 생각한 대로 글로 잘 표현하고 싶다. 내가 쓴 글로, 책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살고 싶다. 남은 인생은 글로써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 ‘투명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강원국 작가님의 말씀이 내게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최근 <월든>을 읽으면서 ‘화근이 될 만한 것은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라는 표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가슴에 품은 여행』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느라 책에 사인하고 포장 작업하고 있던 그때였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글 쓴다고 고생, 이제는 또 책 포장한다고 고생. 새벽마다 일어나서 글 쓸 때 누가 보면 고시공부라도 하는 줄 알겠다던 남의 편이 이제 또 책 선물한다고 몇 날 며칠 방에 틀어박혀 있는 나를 보며 한 걱정을 한다. 나도 ‘왜 이렇게 일을 만들어서 사서 고생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고생스럽다는 생각보다는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자기 이유'로 무언가에 몰입할 때 진정 내 삶이 의미가 있다. 만일 다른 사람이 시켜서 그 일을 했다면 화나고 짜증 났을 것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고 기쁘다. 작가를 꿈꾸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이런 충만함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철이 없는 것이라면 나는 평생 철없이 살겠다. ‘언제 철들래?’ 언제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겠다. ‘철 안들 건데.’ 50대의 나는 어떤 꿈을 꾸고 또 이루어갈까. 상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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