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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지명 Oct 03. 2023

배운다는 건 설레는 거야

배운다는 건 뭘까_배우는 여정,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나는 귀가 얇은 편이다. 금사빠다. 금방 사랑에 빠진다는 뜻이다. 자칭 타칭 오지랖이 넓다.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즐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우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움을 이어갈 때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배움을 함께 하는 사람이 좋을 때 그 과정에 몰입하는 편이다. 프로그램 정보만 보고 좋아 보여서 참여하는 때도 물론 있지만 일단 경험한 후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이나 참여하는 분들이 좋아야 배움을 지속하게 된다. 내 마음이 움직여야 배움이 깊어진다.      




“사제 관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아름다운 오해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 점에서 연애와 같습니다. 그 두근거림은 아무도 자각하지 못한 것을 나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그것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확실한 증명을 받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 선생의 훌륭한 점을 나만 알고 있다는 '오해'로부터 사제 관계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스승은 있다>, 우치다 타츠루, 민들레(2012)     



 <스승은 있다>라는 책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연애에 비유한 글을 읽고 ‘아하, 그래서 내가 그 모임에 빠져들었던 거구나!’ 하며 크게 공감했다. 내 배움이 크게 도약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연애하듯이 가슴 설레며 모임에 참여했던 기억이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멋진 분들을 만날까!’라고 생각하며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이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다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내 나이 어느덧 40 하고도 한참을 더해야 하지만, 여전히 가슴 설레는 일들도 많고 마음은 열정 가득하다. 내가 하는 일들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설레게 한다.      


2014년 ‘거꾸로교실(Flipped Learning, 강의 동영상을 공유해 아이들이 가정에서 먼저 보고, 학교에서는 질의응답, 토론, 실험 등의 학생 참여식 활동으로 진행하는 수업 형태) 전국 운영진으로 활동할 때는 소위 ‘빨대를 꽂는다, 깔때기를 꽂는다’는 표현을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서로서로 배워나갔다. ‘거꾸로교실’을 내 수업에 적용하면서 단시간에 학생들의 변화를 보았고, 내 수업에 큰 발전을 이루었다. ‘거꾸로교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영상으로 강의를 비워낸 만큼 다양한 학생활동을 실행할 수 있었던 점이 영어 교과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만약 그전처럼 나 혼자였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했을 것이다. ‘거꾸로교실’ 특유의 네트워킹을 통해 먼저 시작한 선배 교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교사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이후, 나 또한 수업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과 나누는 수업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 이런 나눔이 늘 열심히만 하는 교사에서 나도 뭔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설레는 만남을 통한 배움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2016년 ‘체인지메이커교육’을 만난 후 ‘체인지메이커연구회’를 만들게 되었고, 2019년부터는 교사 성장학교인 ‘고래학교를 운영하면서 많은 선생님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저 평범한 교사인 내가 ‘체인지메이커연구회’와 ‘고래학교’를 시작할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돌이켜 보면, 내 안에 있는 잠재력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는 뛰어난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워크숍을 통해 ‘체인지메이커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과 만남이 없었다면 그런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잠재력을 깨닫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도전을 하게 되었으며 실천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내가 여러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만남을 지속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파장이 일어나고 배움도 일어난다.      


최근에는 새벽 기상 루틴인증 모임인 ‘2기적(이기적으로 나를 만나는 시간)과 일요일 오전 독서모임인 ‘엉덩이로 책 읽기(사 놓고 못 읽은 책 읽는 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이런 모임을 자진해서 운영하는 이유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배움이 깊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판을 벌인 경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져서일 것이다. 주변에서 종종 묻는다. “선생님은 하루가 48시간이세요?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세요?” 그러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아니라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니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에 다들 신기해할 정도이다. 주로 내가 운영하는 모임에서 만난 분들에게서 듣는 얘기인데,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아프기는커녕 에너지가 더 샘솟는다. 


 


Some say love, it is a blindfold.

that veils our eyes from the truth.

I say love, it is a mirror

that reflects the inside of me.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은 우리의 눈을 진실로부터 가리는 눈가리개라고.

나는 말한다, 

사랑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내 안에 있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진정한 내 모습을 

일깨워주는 것이 사랑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2004년 1월, 최선경, Bette Midler의 'The Rose' 개사     




여러 모임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을 일깨워주는 많은 멘토가 나에게는 사랑을 일깨워주는 분들이다. 어쩌면 배움이란 롤모델과 사랑에 빠지고 그를 나만의 멘토로 만들고 그 멘토와 교류하며 그를 뛰어넘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배움이란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뜨겁게 만나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익숙한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게 되는 설렘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새로운 만남은 늘 설렌다. 나와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때 그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떤 영역에서든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한 이들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비슷하다.    

 

오늘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본다. 보고 느낀 것들에 반응하며 도전해 보고, 좋은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앞으로도 나를 설레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다. 나 또한 다른 이들을 설레게 하고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픈 유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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