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건 뭘까_배우는 여정, 그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2018년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에 에세이 쓰기에 도전했다. 3개월 정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몇 줄이라도 글을 썼더니 책을 낼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 되었다. 일단 써 놓은 글이 있으니 보충해 나가는 것은 수월했다. 1차 원고가 엉망이라 작가 사부님께 퇴짜를 맞았다.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그동안 써 놓은 것이 아까워 다시 보충하게 되었다. 2차 원고를 완성하여 작가 사부님께 보냈다. 같은 사람이 쓴 원고 맞느냐며 잘 썼다고 칭찬해 주셨다. 몇 군데 출판사에서 원고가 좋다고 연락이 왔고 그중 한 곳과 출간계약을 하게 되었다. 막상 출간계약은 했지만,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에세이 책 작업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스스로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살까?’
‘나는 왜 나 있는 모습 그대로에 만족하지 못할까?’
‘왜 늘 목말라하고 나를 바꾸려고 노력할까?’
나는 왜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려 스스로를 괴롭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도전이, 욕심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혹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뭐든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은 아닐까? 저 사람보다 더 나아지겠다는 시기나 질투가 아닐까?’
설사 시기나 질투심이라 하더라도 그런 감정들도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욕심내는 마음, 시기·질투심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내 생각을 뒷받침하는 문장을 만났다.
‘배움의 수준과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호적수를 찾아라.’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 173쪽, 이노우에 히로유키(2014), 예문
호적수의 존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호적수란 서로 어깨를 겨루며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상대, 말 그대로 ‘좋은 적수’를 말한다. 배움에 지치거나 다른 데에 정신을 빼앗길 것 같은 경우에도 ‘이러는 사이에도 호적수는 배움을 이어가겠지’라고 생각함으로써 게으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좋은 호적수가 있으면 배움의 속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예전에 한 원어민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도 기억난다. 자신은 ‘greedy(욕심 많은)’하다고 하면서 욕심 많은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욕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욕이 있다는 증거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한 것보다는 의욕적인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이런 의욕이 삶의 원동력(driving force)이 되어왔다. 의욕은 행동을 위한 전제 조건이며, 의욕이 있다는 것은 생각에 머물지 않고 행동하고 실천한다는 뜻이다. 의욕이 있을 때 도전도 가능하다.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마음과 발전을 원하는 마음, 두 가지는 전혀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데 감사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고,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인생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현상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 191쪽, 이노우에 히로유키(2014), 예문
‘현재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끊임없이 배울 거리를 찾고 일을 만들고 수습하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도 있는데,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의무라는 이야기를 읽고 ‘그래, 나는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러니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격려를 받았다.
매일의 생활에 안주해 버리면 더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중략) 어째서 현상 유지가 쇠퇴를 의미하는 걸까요? 이유는 명쾌합니다. 현실은 잠시도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나선을 그리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의식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자신은 현상유지라고 느껴도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뒤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배움을 돈으로 바꾸는 기술> 192쪽, 이노우에 히로유키(2014), 예문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도 생각났다.
혹시 레드 퀸 효과라고 알고 계세요? 내려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빨리 뛰어도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말하는 거죠. 자신의 속도가 움직이는 주변 환경과 같다면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중략)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라야 한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40쪽, 이지성(2011)
그렇다. 내가 더 발전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 미련 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은 나 자신의 성장을 이끄는 길이다. 오늘도 나는 이렇게 또 나를 괴롭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