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잡지를 보다가 영국에서 여성을 위한 하이킹 클럽(ATHENE CLUB)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았다. 설명에 따르면, 신규 회원 모집에 대기자 명단이 생길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삶(하이킹 클럽을 운영하는 삶)도 있구나 싶어 마음이 꿈뜰했다. 서둘러 잡지 소개글을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두고, 구글 검색을 해서 ATHENE CLUB 인스타그램 채널을 팔로우했다.
하이킹 클럽 잡지 소개글
나도 건강하고 건전한 소규모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몇년 전에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에서 만난 친구 몇명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연초부터 우리끼리의 독서모임을 시작했다.한달에 한번씩 모여서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고, 서로의 책을 주제로 소소하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엄청나게 건전하고 부담 주지 않는 모임이다. 저녁 7시쯤 시작해서 책 읽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11시가 가까워올 정도로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모임이다. 세명이서 시작한 모임인데, 각자가 친구나 지인을 데려오면서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확장된 행사(당일치기 걷기여행)도 있다. 독서모임을 함께 시작한 친구들과 가끔씩 걷기 여행을 가는데, 대중교통(주로 기차)을 이용해서 당일치기로 강릉도 가고(경포호수와 강문해변), 대전도 가고(대청호 오백리길), 춘천도 가고(의암호 자전거길), 횡성도 다녀왔다(횡성호수길).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치기라 휴가 내기가 비교적 쉽고, 숙박을 하지 않으니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짐도 가볍다. 딱 하루만 시간을 내서 부담 없이 가볍게 떠나는 것을 지향하는 모임이다. 주중에 딱 하루를 비우고, 그 하루를 온전하게 걷기와 나무(숲), 대화로 채우면, 몸과 마음의 기운이 새롭게 전환(리프레쉬)되며 절로 긍정적인 생각(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평일에 다니기 때문에 어딜 가나 사람이 적어, 여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절로 마음에 여유가 깃든다. 이 걷기 여행 행사는 내가 기획하고 있다. 어디로 갈지 장소를 선정하고, 어떤 교통편을 이용할지 알아보고, 뭘 먹을지 찾아보고, 하루 중 어느 부분까지 미리 계획하고 어느 부분은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결정할지(나는 즉흥적으로 정할 영역을 미리 계획해두는 J형 인간이다)등 여행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얼마전 기차로 다녀온 횡성호수길
참가자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나도 별로 부담 없이 그저 건강한 즐거움을 위해 지속하고 있는 모임과 행사인데, 아직 이름도 없는 정말 가벼운 모임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모임에서 우리가 읽은 책들, 책을 토대로 나눴던 대화들, 우리가 걸었던 곳들의 기억이 그저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의 경험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경험을 같이 나누면 더 좋으니까, 평일 하루를 비워 떠나는 걷기여행에 참가자를 더 모집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횡성에 갈 때 걷기여행 소개서(참가자 모집 전단이나 안내문)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워낙 손재주가 없어 능력 밖인데다 평일 휴가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비우려면 조금 더 업무와 돌봄에 집중해야 하기에 여유도 없었다.
그러던 참에 잡지에서 하이킹 클럽 운영이라는 직업을 보게 되었으니, 다음번 걷기여행에는 간단하게라도 소개서를 작성해서 우리끼리라도 공유해보리라 다짐했다.
일단 이름부터 지어야 하는데, 이름 짓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이름을 비워두고라도 소개서는 꼭 만들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