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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Oct 18. 2022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삶의 참된 진리 하나를 알고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죽는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


작년 겨울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직계 친족 중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운이 아주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앞으로도 운이 좋아 내가 오래 살게 된다면, 외할머니와 엄마의 죽음도 언젠가는 겪게 될 것이다.

그 때 가서 후회하는 게 싫다.


나는 본디 후회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후회라는 감정을 싫어한다. 그래서 요즘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가능한 고향집에 자주 내려가려 한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같은 동네인 외갓집에 매일 들러 외할머니를 자주 들여다보려 한다.

자꾸 반복되는 말이어도 외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엄마에게 잔소리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가능한 상냥하게 대꾸하려 노력한다. (이 부분은 유독 자주 실패한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 한다.

아이들에게 다정한 말투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

아이들이 쑥쑥 커나가는 순간을 사진찍듯 마음에 담는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즐기려 노력한다.

쉽지 않은 돈을 불하고 사건을 맡긴 의뢰인들의 기대를 배신하 않으려 노력한다.

지인들, 우연스치듯 마주치는 사람들을 인연으로 여기며 친절한 말투로 대하려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무례하게 대하지 않으려 한다.


이처럼 후회하지 않을 좋은 행동을 하려면, 내게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여유가 있고, 쫓기는 상태가 아니어야 타인에 대한 다정함, 상냥함, 친절함이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은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을 귀찮아하지 않으려 한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저녁에 일기를 쓰고,  틈틈이 책을 읽고 산책을 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건강한 식사를 만들고, 집안을 정돈하는 것은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위해 하는 일이다.


스스로를 잘 돌보고, 그 힘으로 좋은 행동을 취한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 요즘의 내가 지향하는 생활 방식이다.

비 오기 직전 저기압 날씨에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지며 무기력과 짜증 범벅이 되는 날도 있지만, 잠시 쉬고 일어나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고 다시 좋은 행동을 취하려 노력한다. 잘 안되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않고, 훌훌 털고 그냥 다시 해본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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