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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Dec 20. 2022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작게 시작하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들춰본다.

책을 읽 쉽게 감명받는 편이다.


지난번 도서관에 갔을 때 원래 빌리려고 했던 책은 따로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래 두 권을 빌리게 되었다.

사실 두 책의 주제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지점이 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하라'는 메시지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을 울린다. 더불어 '그렇게 찾아낸 일이 단 하나일 이유는 없다. 하나의 에 올인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진행하면서도 삶을 도모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마음을 친다.


근데 런 메시지를 접할 때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잘하는 일은 있나 생각하다 보면 특별히 떠오르는 이 없어 가슴이 답답하다.


책을 여러 날에 걸쳐 읽다보니, 내가 찾은 그 일이 처음부터 수익으로 연결되는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고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 어떻게든 다른 일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도 반복해서 나왔다. 이 메시지도 가슴에 품고 여러날 생각하다 보니, 어느날 잠자리에서 '우리 동네에서 새로운 독서모임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책을 좋아해왔고, 남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경험하기 어려웠던 주부들에게 책을 통해 양질의 대화를 나누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려다 말고 일어나 당장 실행에 옮겼다. 모임 일정과 함께 읽을 책을 선정했다. 내가 읽은 책 중 추천할만하고, 나도 다시 읽고 싶은 책으로 고르느라 야밤에 후레쉬를 켜고 책장을 살폈다. 동네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일단은 우리 아파트 입주자 까페에 독서모임 모집글을 올렸다. 신나고 가슴이 두근거려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가 가도록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물건 나눔 글을 올렸을 때는 5분도 안되어 댓글이 빗발쳤는데.. 막막했던 나는 남편에게 내가 올린 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분석을 시작했다. 잠시 후 '내가 정한 일정은 누가 봐도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평일 오전), 내가 정한 책은 누가 봐도 전업주부가 읽고 싶어할 책이 아니고, 그런 쉽지 않은 책을 한달에 한권씩 읽는 것이 부담되어 지원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돌아왔다. 남편 본인이 책보다 영상매체를 좋아하기에, 책을 좋아하는 주부가 얼마나 되겠냐, 한 달에 50쪽씩 읽는 것으로 컨셉을 변경하는 게 어떻겠냐, 책을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쉽고 가벼운 종류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등의 조언도 이어졌다.


내가 객관적인 평가를 요청해놓고, 계속 이어지는 혹평과 비판적 조언에 마음이 조금 상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든 독서모임을 시작해야 정체된 상황(지금 하는 일을 평생 계속하고 싶지 않지만 도대체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몇년째 계속되는 굴레)이 풀릴 것 같다!'는 이상한 직감에 남편 말대로 글을 수정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던 중 드디어 첫번째 지원자가 댓글 달다. 글을 올린지 36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36시간 동안 내 마음은 아주 어두웠고, 첫 댓글에 환호를 내지르며 아주 밝아졌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자 까페에는 그 후로 더 이상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그래, 애초에 같은 아파트로 참여자를 한정한 것은 너무 좁았다. 그럼 또 어디에 글을 올려야 하나 찾아보던 중 당근 반짝모임과 네이버 까페 '이웃'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내가 작성한 독서모임 모집글은 좀 길었기 때문에(남편이 지적한 문턱 중 하나), 당근보다 네이버 까페에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문장은 좀 다듬었지만 애초 의도한 일정과 책 목록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모집글을 올렸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책을 통해 신선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주부가 나의 타겟이기 때문이다. 나 포함 세 명만 되어도 무조건 시작한다는 모토로, 딱 한 명만 더 지원하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하나 둘 참여 댓글이 달리더니, 당초 목표한 정원 6명이 다 찼다!! 야호!!

그래서 오늘 단톡방을 만들어 인사를 나누고 모임 공지를 올렸다. 너무 신나고 뿌듯한 한편, 나이도 취향도 다를 낯선 사람들과 모임을 꾸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고 어깨가 무겁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브런치 홈 문장을 일종의 계시로 여기며, 이 작은 모임을 시작한 것이 내 미래를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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