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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Dec 08. 2022

올해 제일 잘한 일

벌써 12월.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맞이할 계획을 세우기 좋은 때다. 사실 벌써 연말이라는 게 체감이 잘 안되지만, 그냥 멍-하게 있다 보면 어느새 연말 연초를 지나 내년 봄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 이쯤에서 올해를 돌아보며 제일 잘했던 일들을 꼽아본다. 


1. 달리기를 시작해서 꾸준히 한 것 

동네에서 열리는 마라톤 5km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런데이 어플을 다운받아 초보자용 24회 과정을 끝까지 완료했다. 훈련 과정은 매번 지난 훈련보다 조금씩 더 어려워졌고(달리기 지속 시간이 늘거나 횟수가 늘거나), 그래서 훈련을 할 때마다 이전 단계보다 조금씩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달리기를 통해 몸이 단련되고, 달리는 시간 동안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이 자연스레 정리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1분씩 끊어 달리던 내가 30분을 통으로 달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야외 달리기 잠시 쉬고 있지만, 내년에도 달리기를 계속할 생각이다. 잠시 쉰다고 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쉬고 있는 중이다.


2. 치원 도서관 자원봉사

딸이 다니는 유치원 내부에 도서관이 있는데, 학기가 시작할 무렵 도서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당시에 부쩍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긴 때였고, 한때 도서관 사서를 꿈꾸기도 했었으니 도서관 체험도 해보고 싶었고, 엄마가 유치원에 오는 걸 아이도 좋아할 것 같아 선뜻 자원했다.

그런데 한 학기에 한두번쯤 가려나 싶었던 예상과 달리 지원자가 적어서 격주로 한번(한달에 두번씩) 오전시간 내내 있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행히 업무일정이 비어있는 요일에 걸려서, 큰 무리 없이 한 학기 내내 자원봉사를 할 수 있었고, 유치원 도서관에 가는 날에는 영혼 급속 충전을 경험하곤 했다.


<충전 1단계> 딸을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나면 자원봉사 시작 시간까지 잠시 시간이 빈다. 유치원 바로 옆에 진짜 도서관(시립도서관)이 있어서, 잠시 시간이 빈 틈을 타 도서관 책들을 주욱 둘러보고 권 정도를 빌려 도서관 1층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빌린 책을 훑어본다.


<충전 2단계> 시간 맞춰 유치원에 들어가 유치원 3층 도서관에 간다.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엄마와 육아에 대한 수다를 떨다가 아이들이 오면 책을 반납받고 빌려준다. 유치원에는 5세, 6세, 7세 아이들이 있는데 나이마다 성장이 너무 다르고(5세는 아기같고 7세는 형님과 왕언니다), 애들마다 전부 개성이 다르다. 소심해서 말을 한 마디도 안하는 아이도 있고, 옆에 와서 종알종알 말을 걸며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도 있고, 공립 유치원이라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있고, 똑쟁이, 장난꾸러기, 상냥한 아이, 아직 말이 덜 트여서 말소리가 정확하지 않은 늦된 아이 등등 정말 다양한데,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명제가 새삼스레 재확인되며, 인류애가 절로 솟아난다.

그렇게 귀한 아이들에게 세상 친절하고 다정한 말투로 말을 걸면서 책을 빌려줄 때면 나 스스로 좋은 어른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충전 3단계> 넘쳐나는 인류애와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와 육아휴직 중인 남편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자녀들이 끼어들지 않는 부부만의 대화 시간은 귀하다.


<충전 4단계> 직장인 1년차 때 일년 동안 단 이틀의 연차만을 사용할 수 있었던 내가(1년 동안 여름휴가로 딱 이틀을 쉬었다..) 격주로 평일 오전 시간을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여유시간을 갖게 된 현 상태에 엄청 만족스러워하며 재택근무를 한다.


그 밖에도 브런치를 시작한 것, 일기쓰기를 시작한 것, 매달 독서모임과 걷기여행을 꾸준히 이어온 것, 어느 때보다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많이 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닌 것을 올해 잘한 일로 꼽을 수 있겠다.


내년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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