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덜 소유하고 덜 소비하면서도, 더 풍요롭고 더 여유 있게 일상을 보내는 방법'이다.
요즘 일을 줄이면서 (당연하게도) 수입이 줄었다.
그에 맞춰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식비 가계부(일일)와 월말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절약하고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궁색하고 초라해지는 것은 싫다. 뭔가를 사야 할 때 소액을 아끼기 위해 가격비교를 하느라 신경을 쓰고 시간을 들이는 것은 더 싫다. 내게는 그렇게 해서 아껴지는 소소한 금액보다 그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출을 줄이면서도 만족을 주는 소비를 하려면, 내게 만족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것을 갖고 싶은 것이 나의 욕구인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인지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시작할 때는 만족스러웠지만, 관성으로 계속해서 소비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오래 구독했던 음원 서비스 멜론을 해지하려 한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튜브 뮤직을 이용할 수 있는데도, 관성으로 이어가던 소비다.
2012년부터 부모님께 10년 이상 매월 드리던 용돈을 중단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분 다 여전히 소득이 있으시고, 급여가 줄어든 내게는 벅찬 금액이다.
아들의 방문학습도 중단할 예정이다. 한글 떼는 것이 너무 늦어져서 신청했던 것이 3년 가량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매일 숙제하기 싫어 몸서리를 친다. 지금 하는 것과 같은 과목(국어, 수학, 한자) 문제집을 사서 매일 한쪽씩 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도 직접 시킬 엄두가 안 나서 유지하던 소비다. 분량은 기존보다 줄이고, 학습 능력 향상보다는 학습 태도 개선을 목적으로 직접 지도를 해보려고 한다.
왕복 두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 대신 재택으로 근무형태를 바꿨으니 휴대전화 요금제도 데이터를 덜 쓰는 요금제로 낮추어야겠다.
이렇게 필요 없는 부분(덜 만족스러운 부분)부터 소비를 줄이고, 지출 규모를 줄임으로써 '덜 벌어도 여유로운 생활'을 찾아가고 싶다. 나는 '해야 할 일(업무든 집안일이든 약속이든)'이 늘어서 있으면, 마음이 어지럽고 여유가 사라진다. 나 같은 유형의 경우,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 목록이 줄어들어야 한다.
어제, 오늘을 바쁘게 지낸 덕에 오늘은 모처럼 오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없는 상태였다.
둘째를 유치원에 등원시킨 후 바로 옆 도서관에 들러 서고를 천천히 둘러보고 책을 두 권 빌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했다. 이 헬스장은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장시간 운영되고, 아파트 안에 있어서 접근성도 아주 좋고, 이용하지 않아도 매월 1만 원씩 관리비에 포함해서 돈을 내고 있는데, 입주한 지 4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이용했다. (그동안 근력운동을 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아로마 오일로 목 주위를 마사지했다.
그리고 지난 식사 때 조금 덜어서 따로 담아둔 카레를 데워 혼자 느긋하게 점심을 먹었다.
최근 들어 가장 여유롭고 풍성하게 보낸 오전시간이다.
새롭게 돈을 쓴 것은 없다.
이런 시간들을 계속 발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