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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ul 18. 2022

<프랑스어의 실종>

실종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특하게도 1부의 베르칸의 이야기는 1인칭과 3인칭의 시점을 넘나들면서 전개된다. 베르칸이라는 인물은 알제리에서 태어나서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가 귀향한 사람으로, 두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표현할 때 두 언어 중 하나로만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식민지의 시민이면서 동시에 디아스포라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이중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하나의 시점보다는 두 가지 시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2부는 베르칸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청소년”이라는 제목처럼 그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인데, 유독 그 시절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소설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체험 중 가장 강렬하고 중요한 시간이 베르칸에게는 청소년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른이 된 그가 어느 한쪽으로 깊이 투신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시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베르칸이 가지고 있는 당대 현실 인식이나 정치 상황에 대한 태도는 나지아와 비교해 봐도 상당히 미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 시절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시기인데 그 시기와 베르칸이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문제와도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3부는 베르칸의 동생 드리스, 베르칸의 프랑스인 연인 마리즈, 그리고 알제리의 연인 나지아, 각 세 명의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리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의 모습이고, 마리즈는 프랑스와의 관계에서 보는 베르칸이며, 나지아는 그 모든 현실적 관계성을 초월한 어떤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세 명의 목소리가 가리키고 있는 베르칸은 각각 알제리에서의 현재, 프랑스에서의 과거, 어딘지 모를 곳에서의 미래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실종은 진정한 사라짐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어떤 곳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듯하다. 이 대목에서는 까뮈의 그림자가 엿보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니콜 클라우스의 <어두운 숲>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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