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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Mar 01. 2023

<댈러웨이 부인>

저절로 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책

   독서모임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 한 작품을 더 다양하게 보는 방법을 배워왔다.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만 골라서 읽는 습관에서도 벗어난 듯하다. 그런데 굉장히 중요한 장점 한 가지는 잊고 있었다. 책을 읽어내는 태도다. 


   그동안은 배웠던 문학 이론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이론에 잘 들어맞고 취향에 맞는 책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폄하하거나 무시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무지에서 비롯된 오만한 태도였지만 그렇다고 솔직히 인정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태도였다. 모든 의미와 사물이 자신이 가진 그 세계만큼만 존재하고, 결국 세계는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이는 것이다. 내가 가진 좁은 세계에서는 다양하고 광대한 우주가 결코 들어올 수 없었다.   


   그 좁은 세계의 틀을 처음 깨준 것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였다. 도대체 이 작가의 문학은 무엇인가, 당혹스러움이 앞섰고 이어지는 감정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다. 그 경이로움 앞에서는 오만한 태도를 깰 수밖에 없었다. 처음이 있다면 분명 이어지는 다음도 있을 것이다. 


   그 두 번째가 이번에 읽은 <댈러웨이 부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아예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사실 이번 작품도 언젠가 읽었던 모양이다- 이때까지는 작품을 이해했다기보다는 작가의 명성에 기대어 작품을 ‘본’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서사가 분명히 잡히지 않는 작품에 익숙하지 않아서 ‘의식의 흐름’으로 쓴 소설을 하나의 실험적 기법쯤으로만 생각하고 제대로 읽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아마 모임이 아니었다면, 더 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모임에 빚진 바가 크다. 울프의 아름다운 문장, 심리를 통해 드러내는 인물의 성격, 구름의 모양과 빅밴의 종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연결성과 시간성, 인간에 대한 빛나는 통찰력 등이 이번 발견이었다. 모든 문장에 줄을 치면 결국 처음과 똑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다 줄을 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독후감은 작품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감상 대신 모임에 빚진 마음을 드러내는 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 다 전적으로 틀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삶이었다. ”그것이 내가 파티를 여는 이유야.” 그녀는 큰소리로 삶을 향해 말했다.”(221, 솔) 


   비록 삶을 뒤흔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바닥에서부터 위로 일으켜주기도 하는 존재들이지만, 제가 사랑하는 것은 사람이라서, 그것이 제가 모임을 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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