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주>

제목이 말해주는 우주의 기운

by 초콜릿책방지기

순전히 아이 때문이었다. 아마도 자식이 없었다면 이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 문학을 본격 문학의 하위 장르쯤으로 생각해왔다. 동화책과는 또 다른 구분법이었다. 그래서 청소년 문학은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읽을만한 책을 골라서 미리 읽어보고 권해주려고 하다 보니, 그런 목적 때문에 고르게 된 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 또한 책을 고르는 데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과 함께, 제목 또한 미묘하게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이 책을 골랐을 때가 그랬다. 제목이 묘하게 끌려서 아무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만듦새는 마음에 들었고, 표지 디자인도 귀여웠다. 그래도 보통은 그런 이유를 책을 읽지는 않는다. 결국 아이 때문에 책을 펴 들었다. 시큰둥한 마음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첫 장을 읽고 나서부터는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하긴 해도, 일단 재미가 있었다.


재미없는 소설도, 혹은 다른 종류의 글도 잘 참고 읽는 편이다. 끝까지 읽고 나면 반드시 무언가를 발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 새로 읽는 책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재미없는 책이 재미있어지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어떤 의미를 발견하긴 했다고 해도 재미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재미없다고 인정해야 한다. 예의를 지키며 읽기는 해도 말이다. 그래서 재밌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일단 고맙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KakaoTalk_20181219_160551574.jpg

<안녕, 우주>에 등장하는 네 아이들이 서로 만나고, 사건이 일어나고 엇갈리는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버질, 발렌시아, 카오리, 심지어 쳇까지 모두 입체적이고 개성 있는 아이들이고 사랑스럽다. 인물을 사랑스럽게 창조하는 것도 작가의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이를 정말 아이답게, 아이의 입장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네 아이의 천진함과 상상력 덕분에 '우주의 기운으로 서로를 만나게 해 준다는' 다소 개연성이 부족할 만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매력은 미국이라는 인종의 용광로가 보여주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이다. 주인공 버질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필리핀의 구전설화, 일본계 미국 아이인 카오리가 보여주는 특성들이 이 소설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소설 외적인 것이지만 내가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대목은, 작가인 에린 엔트라다 켈리가 뉴베리상 시상식에서 말한 소감이었다. 책의 뒷부분에 첨부되어 있는 수상 소감은 작품만큼이나, 혹은 작품보다 더 극적이며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봐야 할 책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둠 속의 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