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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Apr 29. 2023

<바다>

독자에게 스며드는 의식의 흐름 소설

   어떤 소설은 독자에게 스며든다.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스며드는데,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와 이야기, 주인공이 자연스러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문장이 독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와서 그렇기 때문이다. 


   <바다>를 읽다 보면 아일랜드의 우울한 바다가 떠오르고, 예민하고 자의식이 강한 맥스가 아내를 잃고 찾아간, 어린 시절 여름휴가를 보냈던 밸리레스 마을도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무엇보다도 많이 보이는 것은 맥스의 생각이다. 맥스의 생각을 따라서 우리는 여기저기 떠도는데 이상하게도 그의 생각이 너무나도 내 생각과 비슷하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아일랜드의 어느 마을에서 자란 맥스라는 남자의 생각이 내 생각과 비슷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그 생각의 결과 깊이가 그동안 한 번쯤 생각했으나 미처 표현해내지 못한 것들이라서 더 놀랍다. 


   맥스는 하층 계급의 아이였다가 결혼을 통해 상층 계급으로 진입한 사람인데, 자신에게 다가온 이런 계급 상승의 변화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맥스에게 먼저 청혼한 애나는 강한 기질을 갖고 있는 몸집이 큰 여자다. 그런 애나가 먼저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나서 맥스의 마음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인간은 삶과 죽음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는 맥스에게, 애나의 죽음은 맥스를 죽음 쪽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고 잠깐 동안의 신분 상승을 맛본 적 있는 바닷가를 찾아간다. 맥스에게 사랑과 신분 상승을 경험하게 해 줬던 클레어도 이미 죽음 속에 있는데, 그것을 이미 겪어낸 곳이었으니 그곳에 가면 지금의 아픔도 지나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어쨌든 맥스의 생각은 그때와 지금을 오가면서 해결되지 않는 질문을 끝없이 떠올린다. 부모의 의미와(39) 우리가 필연적으로 맞이할 끝(45), 미래를 꿈꾸었던 과거의 나(92), 파트너를 만나는 것의 의미(101) 등등에 대해서. 그 속에서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제로 떠난다, 실제로 사라진다. 그것이 더 큰 수수께끼다. 가장 큰 수수께끼다. 나 역시도 떠날 수 있다. 아, 그래, 나 역시도 당장에 떠나서는 본래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되어버릴 수 있다.”(133) 


   그러니까 우리는 어차피 사라질 운명인데, 삶이란 삶을 떠나기 위한 과정일 뿐인데, 거기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거대한 공허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질문하는 것, 그것이 맥스가 하는 생각들이다. 공허에 발목이 잡혀버리면, 술에 취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너무나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생각의 흐름들을 따라가다가 결국 마지막에 남는 황량한 바다를 본다. 그 바다에서 다른 의미를 퍼올리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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