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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ul 01. 2023

<줄라이, 줄라이>

타오르는 7월을 의미 있게 만나게 해주는 소설

   “우리가 공상으로 마음을 키우니/ 그 대가로 마음은 잔인해지더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1969년도 졸업반 동창회가 시작되기 전-소설을 시작하기 전-, 작가가 인용한 시는 이 작품이 무엇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오십을 조금 넘긴 나이에 모인 동창들은 69년 졸업식 때 갖고 있던 희망과 찬란함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들이 이 자리에서 할 수 있거나 하는 일들은, 지나간 기억에 억지로 실낱같은 의미를 더하거나 현재의 삶이 별 볼일 없긴 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만하다는 걸 서로가 서로에게 확인해 주는 일뿐이다. 각자의 사연과 상처와 성공은 모두 “세월과 비탄이 삯을 거두어들인 상태”(18)에 이른 것에 대한 조금씩 다른 변주이다. 


   황금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희망과 야망에 들떠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에이미 로빈슨과 그 밖이 많은 수는 시대에 고양되어 제 한계를 초과해 살았다.”(24)고 작가가 말한 대로, 자신들의 한계에 대해 의식할 틈이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살아왔다. 


   이제 동창회는 그 시간에 대해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번도 희망을 단념한 적이 없”는 캐런이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갖고 있던 희망이 얼마나 몽상에 가까운 것이었는지, 스스로를 휘발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잘 나가던 치과 의사인 하먼 오스터버그가 불륜 상대였던 앨리 애벗과 여행을 가서 아무런 이유 없이 물에 빠져 죽어버린 것도, 이룬 것이 있지만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던 그 세대들의 허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에이미 로빈슨, 잔 휴브너, 스푸크 스피넬리, 빌리 맥맨, 도러시 스타이어, 앨리 애벗, 마브 버털, 데이비드 토드, 폴렛 하슬로를 비롯해서 동창회에 나온 동창생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사회적으로도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사랑을 열망하고 내적인 충족함을 원한다. “지성 있고 트인 1960년대 아이들”(122)인 그들은 현재의 이런 상태가 종종 어리둥절하지만, 여전히 희망에 패를 걸고 도박을 하는 중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은, 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달아났던 빌리에게나 베트남의 어느 지역에서 다리 한쪽을 잃어버린 데이비드에게나 트라우마를 남겼을 뿐이지만 그것에 대해 정치적 이유를 묻기보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쪽을 선택한다. 목사가 된 폴렛도, 남편이 둘인 스푸크도 황금시대의 반영이지만 누구도 젊은 시절의 광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뚱보에 허풍쟁이인 마브의 생각은 아마도 그들이 살아간 세월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그는 막연하게나마 이를 알고 있었다. 처참히 표류하게 될 줄 상세히는 아니어도 대체로는,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멈추지 못했다.”(299)


   어쩌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이 될 시간”(332)인 것 같지만, 그들은 여전하다. “닉슨은 죽은 사람이었다. 그 전쟁도 끝났다. 이제는 새로운 전쟁들이 있었다. 하지만 스푸크와 마브 그리고 그 시절을 살아남은 수백만 명이 그랬듯 지금도 어디에서는 눈부신 미래에 대한 공상을 반드시 갱신하고들 있을 터였다.”(374) 그들이 각자 갱신하고 있는 공상은 작가가 말하고 있는 “언제나 7월” 속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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