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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ul 12. 202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사랑의 속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면

   기억의 소환은 소멸된 것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므로 죽음에 가까운 것에 생명을 입히는 행위다. 이 책은 작가가 그런 행위를 하고 있고, 독자가 읽는 순간부터 그 행위에 동참하게 된다. 매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어떤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 다시 생명을 갖게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만든다. 


   1권에서 느낀 프루스트는 독자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면, 2권은 좀 더 분석적이면서 냉소적인 인상을 풍긴다. 아무래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서였을까. 사랑은 언제나 냉소를 동반하기 마련이라서 프루스트가 사랑에 대해서도 얼마나 깊이 알고 있었을까 짐작하게 한다. 


   스완이 오데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극히 인간적인 모든 감정들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욕망은 결코 완전하게 충족되는 법 없이 언제나 미끄러지고 지연되므로 욕망을 가졌다가 처절하게 깨지거나 충족되었다고 착각하다 불시에 깨어나게 되는데,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본 사람이라면 스완이 보여주는 숭고하면서도 치졸하고 고매하면서도 지질한 모습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 감정들은 사실 다시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것들인 경우가 많고, 설령 생각하게 되더라도 꼼꼼하게 되새겨서 그 감정을 낱낱이 설명하기는 힘든 법이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써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기도 한 작업일 텐데, 그런 시간을 모두 통과하면서 작가가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갔을 시간들을 상상하면 때로는 진저리가 처질 때도 있다. 


  독자에게도 힘든 그런 시간을 견디며 그 속물적인 베르뒤랭 집단 안에서 이루어진 스완의 사랑을 그려내는 것은, 프루스트와 같은 작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통찰력 있는 문장들은 그 고통을 이겨내면서 써내려간 작가에게 주어진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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