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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Jul 15. 2023

<타인들의 나라>

매력적인 인물들과 편안한 서사

   전쟁과 격변의 시대를 겪은 개인의 삶은 어떨지 상상해 볼 때마다 그런 시대에는 언제나 수많은 갈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그 사연의 폭과 깊이가 시대적 상황과 맞닿아서 격렬하게 요동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식민지의 삶이라는 것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갈등과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식민지 종주국의 여자가 식민 국가의 남자와 결혼해서 살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긴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모든 외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편안하게 읽힌다는 점이 놀라운 반전이다. 이슬람-모로코 남자인 아민도 그렇고 기독교-프랑스 여자인 마틸드도 그렇고 둘 다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뚜렷하게 주장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둘은 우여곡절이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살아간다. 둘 중 하나라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면 이야기는 더 비참한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아민도 마틸드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마틸드도 아민의 모든 배경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했던 비극적인 결말까지는 가지 않는다. 


   아마도 오마르가 주인공이었다면, 혹은 셀마가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를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대하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인데, 나름 그 시대를 조용히 잘 살아낸 인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우여곡절과 시대적 불합리를 극대화하지 않고 차분하게 써 내려간, 모든 인물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이 소설은 그렇기 때문에 독자 또한 한 발짝 물러나서 보게 만든다. 그 거리 덕분에 더 잘 보이는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이 이 소설을 다분히 현대적인 대하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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