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초콜릿 책방의 태생적 한계라고 하면, 아무래도 초콜릿과 책방이 결합된 이름이 아닐까 한다. 초콜릿을 판매하는 초콜릿 전문점이 될 수도 있고 책을 판매하는 책방이 될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이중적인 의미가 확장성을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의미를 한정 지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초콜릿의 관점에서 보면 전문점으로서의 질을 보장할만한 의미를 갖지 못할 것 같다는 의심을 갖게 하고, 책방의 관점에서 보면 책에 무게중심을 두지 못하는 어중간한 북카페의 모양새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게 된다.
그래서 두 가지 모두에 무게중심을 잘 두고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책을 생각하다 보면 초콜릿에 소홀해지는 것 같고, 초콜릿을 생각하다 보면 책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 같아서 항상 양쪽 모두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두 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고 둘의 결합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책과 초콜릿의 결합은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커피와 독서의 궁합을 말하자면, 커피 특유의 향이 후각을 자극해서 독서하는 시간을 더 고양시키고, 책을 읽다가 한 모금 머금었을 때 쓰고 신 특유의 맛으로 다시 집중력을 환기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성분 또한 각성의 효과를 갖고 있어서 오랜 시간 독서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커피의 특징만큼이나 초콜릿도 독서와 잘 어울리는 궁합을 갖고 있다. 초콜릿의 향 또한 커피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으며, 그 맛은 커피보다 더 독서를 도울만한 요소로서 쌉쌀함과 약간의 산미, 단맛까지 갖추고 있다(이것은 제대로 된 초콜릿에 한하여 그러하다). 게다가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과는 다르지만 초콜릿 또한 정신을 맑게 하는 카페인 연관 성분이 들어있고(사실 분자구조가 커피와 달라서 각성효과에서는 차이가 난다) 적당한 열량이 배고픔을 잊고 오랫동안 독서를 할 수 있게 하니, 독서에 이같이 좋은 찰떡궁합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렇게 둘의 궁합을 생각하다 보면 초콜릿과 책의 결합은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둘을 모두 다루는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된다. 둘 다 굉장히 매력적인 대상이니 동시에 돋보이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책을 구입하고 읽고 쓰느라 바빠서 상대적으로 초콜릿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아서, 초콜릿을 테마로 한 가장 큰 축제인 <살롱 뒤 쇼콜라>에 다녀오기로 했다. 초콜릿 축제에 갔다 오면 초콜릿에 관한 영감을 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게 된 것이다.
<살롱 뒤 쇼콜라>는 초콜릿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곳인데, 초콜릿 공예 전시회나 초콜릿 패션쇼를 비롯해 관련 세미나도 진행되며 초콜릿 관련 종사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타 도시의 행사와는 달리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는 규모도 작고 볼거리가 별로 없으니 참가자들도 적어서 점점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2013년에 서울에서 처음 <살롱 뒤 쇼콜라> 행사가 열렸을 때는 참가자도 많고 규모도 커서 갈 만했는데, 2014년에는 규모가 줄더니 그다음 해에 사라졌다가 2017년에야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이제 5회를 맞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규모나 내용이 흡족하지 않았다. 영감을 받기보다는 내가 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던 행사였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 갖는 초콜릿의 위상이 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한 기분이었다. 책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초콜릿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초콜릿이야말로 정말 인기가 없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었다.
초콜릿 축제에 다녀오고 나니, 오히려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