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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Oct 14. 2023

<6월의 폭풍>

비극적 운명 앞에서 필사적으로 써 내려간 대작

   6월은 대체로 아름답다고 인식되는 계절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계절도 아니다. 그러므로 ‘6월의 폭풍’은 상징적인 의미일 것이다. 그 상징이 어떤 것일지 확인하고 싶어지는,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상황이다. 전쟁이라는 배경은 극단적 상황이므로 소설의 재미를 어느 정도는 보장하는 소재다. 전쟁은 아주 극적인 상황도 만들어내고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감정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가가 전쟁을 그리는 방식은 이전에 보던 것과 조금 다르다. 피난을 가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그리고 있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매우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폭탄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한데, 작가는 자신이 그려내는 인물들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객관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자연묘사들도 6월의 폭풍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매우 훌륭한 객관적 상관물이 되고 있다. 


   일단 초반의 문장부터 심상치 않다. “배가 난파할 때는 모든 계층이 갑판 위에서 만나는 법이다.”(26) 이 문장은 앞으로 보여줄 모든 상황을 압축해서 말해주고 있다. 이 문장이 말해주는 대로, 우리는 부르주아인 페리캉 부인 가족들과 유명 작가인 가브리엘 코르트에서부터 소박한 시민인 미쇼 부부, 시골 농부인 마들렌과 세실까지 모든 계층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그들에게 닥친 전쟁이라는 상황과 그에 대한 반응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든 인물들이 가진 인간적이고 다층적인 얼굴들은 동일하다. 절박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이기적인 모습들, 신을 향한 지극한 사랑의 허위, 아름다움에 집착하면서 인간미는 조금도 갖추지 못한 얄팍함, 인간에 대한 탐구가 직업임에도 인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중성 등이 전쟁통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모든 인물들을 관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랑 상관없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들이 있어요. 폭풍우가 몰아칠 때 당신은 아무도 탓하지 않아요. 상반되는 두 종류의 전하가 벼락을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구름이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당신은 그들을 탓할 수 없어요. 그건 우스꽝스러운 일일 거예요. 그들은 당신 말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333)

    “... 그 현상들이 어떤 사람이나 상황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건 자연에서 평온한 시기에 이어 폭풍우가 닥치는 것과 똑같아요. ... 불행하게도 우린 폭풍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태어난 거예요.”(333) 


   작가가 전쟁에 대해서 이런 태도를 가지고 이 소설을 썼기 때문에 전쟁 소설이 이렇게 담담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전쟁 또한 자연 현상처럼 인간에게 닥쳐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태도가 한편으로는 처연하게 느껴진다. 작가의 생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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