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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Nov 11. 2023

<총, 균, 쇠>

인간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드는 책

   코로나로 전 세계가 멈춘 것처럼 보였던 몇 년 동안은 인류가 절멸을 향해 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렬한 비지구인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지구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해보기도 했다.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상상해 보면, 짐승으로부터 비롯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항체가 있는 인간들은 살아남고 나머지는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는 것인데 현재의 문제는 바이러스가 아즈텍이나 마야인들, 혹은 인디언들이 사라졌던 것처럼 일부의 지역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보게 되는 총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인류가 혹시 멸망한다면 핵보다는 바이러스가 될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아닐까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저자가 밝히고 있는 “인간들의 행동”을 연구한 자료들을 보면, 예측불가능한 우연이 겹치거나 어떤 강력한 독재가의 잘못된 판단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되었건, 책을 읽고 나서 인류의 멸망에 관해서만 생각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문자를 통해서 인류가 번성해 왔고 지금과 같은 문명을 만들어왔으니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면과 연관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절멸을 자꾸 상상하니 말이다. 


   인류가 통합이 되고 기술적 부분을 통해서 언어의 소통도 자유로워지면 보다 유토피아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사례처럼 오랫동안 통일된 국가체계에서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인간은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언어든 외모든 문화든- 서로에 대한 장벽은 높아지지만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힘은 더 길러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통일된 언어는 오히려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더 폭력적인 힘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인류의 운명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경험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회가 인간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에 대륙이나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우리가 일상에서도 쉽게 빠지기 쉬운 오류를 바로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의 차이가 인종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환경이 결정적이었단 얘기는 우리 개인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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