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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Feb 17. 2024

<가여운 것들>

영화를 보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하는 것들

   허구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서 마치 숨겨져 있던 자료를 찾아낸 것처럼 꾸며서 쓴 소설은 새롭지 않다. 그런 식의 구성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방식이라서 이 소설을 구성면에서 새롭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프랑켄슈타인의 오마주라는 관점은 어떨까. 엄밀히 말하면 프랑켄슈타인의 스핀오프 작품인 이 소설은 원작을 얼마나 잘 뛰어넘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보다 패러디가 더 어려운 법이니 말이다. 그런데 패러디의 주요 덕목을 모두 품고 있는 작품이라서 이 책은 아름답다. 풍자와 익살이 남부럽지 않게 들어있는 이 소설은 읽으면서 웃는 동안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이는 고드윈 벡스터는 오히려 창조자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의 창조물인 벨라는 괴물인 동시에 아름다운 여성이다. 벨라는 평범하지 않은 성적인 힘을 갖고 있는데, 그 힘과 그 또래가 의당 가져야만 하는 사회적 규범을 갖추지 못한 반역의 힘 또한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괴물이다. 그런 그녀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결혼 상대자는 맥캔들리스인데, 이 남자 또한 그리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농장 머슴 출신이라는 하층민 계급을 나타내는 사람이 의사가 된 것도 그렇지만, 벨라와 결혼하고 나서는 당시에도 지금도 흔치 않은 전업주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이 그려내고 있는 벨라의 이야기는 벨라가 직접 쓴 편지보다 훨씬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다. 맥캔들리스가 의사라는 직업에 전념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엘러스데어가 이런 인물을 창조한 것이 감사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맥캔들리스는 엘러스데어의 창조물이고, 벡스터와 벨라에게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 이 인물도 오히려 우리에게 이렇게 웃긴 이야기를 선물해 주는 괴물인 셈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근현대의 스코틀랜드의 상황을 풍자적으로 쓴 이 이야기는 배를 움켜쥐면서 웃다가도 그 이야기들이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 속이 쓰리게 된다. 그리고 맥캔들리스의 이야기에 덧붙여진 빅토리아의 현실적인 편지는 판타지보다 현실이 더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꼼꼼한 엘럿데어의 주석은 거기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중 하나는 재미인데, 이 소설은 먼저 그 덕목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으며 벨라의 매력 앞에서는 압도되게 된다. 그에 더해 다채로운 소설적 구성에도 –액자식, 판타지, 편지글, 주석, 삽화까지-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풍자 뒤에 남게 마련인 쓸쓸함을 채워주는 작가의 연민 어린 시선을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으니,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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