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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이들 클럽>

이상한 어른들의 클럽을 만든다면..?

by 초콜릿책방지기

이상하다는 말은 어떤 기준이 있어야 가능한 말이다. 정상과 이상을 가르는 기준이 존재하고, 그 기준이 좁고 강력할수록 이상하다는 말의 무게는 커진다. 그리고 그 기준을 가진 세계가 작을수록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작든 크든 그런 영향력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준의 불편함을 떠안고 살아간다.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은 그런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상하다는 기준을 들이대서 정신 건강을 위협해 오는 세계가 있다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서 바깥의 다른 세계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상하다는 ‘나’를 받아줄 세계가 반드시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도 가져볼 수 있다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세상에 그만큼 다종다양한 인간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기 전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스스로 나가서 행동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고 정해져 있는 일정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의무 교육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처럼 ‘이상한 아이들 클럽’이 만들어지려면 학생 신분인 조건이 필요하다. 적당한 체격과 튀지 않는 성격, 그럭저럭 따라갈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면 이 클럽에 들어가기 쉬워질 것이다. 아마 밀라, 페트르, 카트카, 프란타 말고도 찾아보면 분명히 기준 바깥에 있는 이상한 아이들이 좀 더 있을 것이고 그 아이들도 이 클럽에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잘난 척도 하지 말아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적당한 경제적 배경도 필요하다고 하니까, 우리의 기준은 좀 더 좁은 셈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아이들이 가진 각기 이상한 특징을 살펴보면, 밀라는 사람보다는 동물이나 곤충과 더 공감하고 페트르는 몸집이 작고 겁이 많아서 어둠 속에서 항상 괴물을 보고, 카트카는 뚱뚱한 데다 음식과 독서에만 집착하고, 프란타는 다리가 불편한 아이다. 아이들은 각기 자기들만의 ‘이상한’ 특징 때문에 주변과 잘 소통하지 못하고 주변 어른들의 이해도 받지 못하다. 단지 밀라의 어머니만 이렇게 바른말을 해준다.


“이상하다니…. 이상하다는 건 바보 같은 말이야. 그럼 모두들 이상하겠지.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니까. 누구는 가만히 동물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고 누구는 춤추는 걸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아무도 이상하지 않아. 네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11)


그러니까 서로 다르다는 기준으로 서로를 보는 세계였다면 이 아이들도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은, 나는 정상인데 ‘네가 이상하기 때문이라는 기준’이 작용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고립되어 있다. 그런 아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만나면서 나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겪는 작고 사소한 모험 이야기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재미있다. 어른이 된 우리도 끊임없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기준에 위협을 받고 있어서, ‘이상한’ 나와 함께 할 ‘이상한’ 너를 지속적으로 찾게 되니 공감이 되는 모양이다. 카트카처럼 책에 집착하는 우리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최고의 기준이 되는 이 세계에서는 좀 많이 이상한 사람들로 보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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