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건강염려증이 심해지고 있다. 몸에 기운이 없으면 그동안 마신 술 때문에 간을 걱정하고, 소화가 좀 안되면 밥을 빨리 먹어서 식도와 위장에 탈이 난 게 아닌지 염려한다. 얼마 전부터 갈비뼈 근처에 뭉근한 통증이 생겨서 걱정을 하다가 네이버에 있는 각종 검증되지 않은 의사들을 소환해내고 있다. 그냥 병원에 가면 될 걸, 웬만해서는 병원은 잘 가지 않는 고집이 있다. 아파서 죽을 정도가 아니면 병원까지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귀찮아서다. 그러면서 걱정만 늘어간다. 옆에서 지켜보면 나 같은 사람이 제일 한심하고 미련한데 알면서도 그냥 이렇게 살고 있다.
딱히 뭘 하나 꼬집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을 때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처럼 나도 내 몸에 관한 기록을 자세히 남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가기도 한다. 이전의 내 몸에 관한 기억은 정확한 것이 하나도 없고 그저 기억 속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것들 뿐이기 때문이라서 전과 비교해서 몸의 기능이 떨어진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해가 갈수록 소화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잠을 많이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8시간 이상 잘 때도 있다), 식사량을 줄여도 소화가 되지 않을 때는 혼자서 속으로만 걱정을 한다. 그러면서 병원은 가지 않는다. 혹시 병원에 갔다가 병이라도 발견되면 지금 같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다. 그래서 피곤하면 커피 한 잔을 더 마신다. 그리고 속이 쓰리다고 생각한다. 내 모습을 적어놓고 보니 내가 봐도 한심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이주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런데 독서모임 멤버 중 한 명이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인증숏을 올리는 걸 보고, 문득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은 sns의 순기능이 아닌가!)
일주일에 두어 번, 한 시간 정도 천변을 따라서 걷고 매일 짧게 요가를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이런 움직임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몸이 조금씩 활기를 띠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혹은 좀 더 몸이랑 친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동안 몸을 외면하고 모른 척해서 몸이 화를 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씩 달래가면서 화해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건강염려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전보다 증세가 약화된 것 같다. 몸의 어딘가에서 신호를 보내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생각의 전환이 자기 내부에서부터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아마 독서모임에서 <몸의 일기>를 함께 읽지 않았다면, 독서모임 멤버가 달리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랑을 해주지 않았다면, 건강염려증이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걱정하면서도 그동안의 루틴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모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마음도 건강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