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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책방 이야기
- 책방에서 하는 활동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이어오는 책방 활동 중 하나가 독서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전 11시에 미리 정한 책을 읽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코로나 이전에는 책방에 있는 커다란 8인용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책 이야기를 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 싶으면 서로의 관심사를 두런두런 나누곤 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임이 제한되고 나서는 줌으로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줌으로 만나는 것은 확실히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독서모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내는 것도 그렇지만 토요일 오전에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만난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격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서 느슨한 편인데 순전히 자신들의 의지로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들도 대체로 쉽지 않은 편인데, 분량이나 난이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주일에 한 권씩 읽고 모인다. 책을 미리 읽지 않은 사람은 참석을 꺼리는 것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전통(?)이다.


순전히 자율적인 모임이라서 참석인원이 일정하지는 않다. 책에 따라서 참석인원이 많이 달라지기는 해도 이제껏 쉬지 않고 이어져왔다는 점 또한 자랑스럽다. 단 한 명이 참석을 하더라도 모임을 이어왔기 때문에 한 주도 거른 적이 없다. 일 년 동안 함께 읽어온 책의 목록을 정리하다 보면 저절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는데, 여느 모임에서 친해지는 것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책을 중심으로 만났기 때문인지 모두 마음이 따뜻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며 삶에 대한 태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에 대한 우정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활동은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다. 역사로 따지자면 거의 독서모임만큼이나 오래된 활동인데, 사라지지 않고 근근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이유는 먼저 수업을 이끌어주시는 선생님과의 끈끈한 우정 때문이고, 완성된 그림책을 책방에 진열할 때 각기 다른 개성으로 이루어진 그 아름다운 결과물들이 정말 보기에 좋아서이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그림책들을 책방 정면 진열대에 놓아두는데, 손님이 없을 때 한 번씩 가서 만져보곤 한다. 수업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애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끝까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모습들이 모두 자랑스러워서 한층 더 애정이 깊어진다.


이번에 하나 더 추가된 활동은 글쓰기 수업이다. 작년에도 비정기적으로 수업을 열어서 진행해오긴 했지만 이제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꾸준히 이 수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글쓰기 수업을 열면서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고, 그 열정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녹여내는 과정이라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글을 쓰는 열정에 언제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비정기적으로 이어지는 활동은 영맥데이이다. 책방을 열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는 매주 영맥데이를 했는데, 그때는 정말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때로는 나 혼자 보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를 골라준 분과 단둘이 보기도 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으로 변경하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해서 쉬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셨던 분들의 호응이 좋아서 영맥데이는 다시 부활시켜 볼 생각이다.


일상이 회복되고 나면 북토크나 세미나, 토요장터, 브런치 등 보다 다양한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겠지만, 제한된 상황에서도 책방은 최대한 쉬지 않고 모임과 활동을 이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꾸준히 이어가는 활동들이 모여서 책방의 얼굴이 되고, 색깔이 되며, 앞으로 더 나아갈 힘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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