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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둘기

by 윤슬

날개가 부러졌던 그대는
어째서 아직도 날지 못하고 있는가

그대 등 뒤에 달린 두 날개를
어째서 접어두고만 있는가

부러졌던 날개 다 붙었음에도
활짝 한 번 피지를 못하는 것은


실패해야 했을 때 실패하지 못해서.
떨어져야 했을 때 떨어져 보지 못해서.

걷고 있는 그대여.
그대에게 튼튼한 두 다리를 버릴 용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니

절벽 끝에서 바다로 떨어져라
날개를 펴고 자유히 아보아라


비행이란, 우아한 추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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