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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누에 치는 사람

by 윤슬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야.
다만 한 마리의 누에를 기를 뿐.

가만히 잠자다 일어나
과거를 갉아먹고 사는 누에를 기르는 거야.

바람이 차가워서 새들이 무서워서
나를 지키려고 친 고치를 조금씩 풀어나가.

과거에 묶인 그 질긴 인연들을
다시 풀어 하나씩 매듭지어
누더기가 된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워볼까.

나는 오늘도 누에 한 마리를 키워.
언젠가 저 멀리 날아갈 누에를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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