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아' 그만둡니다"라고 적고싶다

이건 사실 '정신 승리'에 관한 이야기

by 지김홍
Bad_Idea_Disposable_Clothes-2000x2694.jpg 사진은 kinfolk 에서 가져옴


나잇살 덕지덕지 붙은 몸뚱아리도 싫고

집에 가면 TV 틀어놓고 폰게임만 하는

내자신이 참 한심하지만

가장 못 참겠는 건 현 상황에 안주해버리는 모습이다.


나도 처음부터 '좀비'는 아니었다. 열정이 있었다.

성공해야지가 아니라 '재밌는 일'을 해야지, 라는 열정 말이다.

설레지 않고 재미가 없으면 우울했다.

그나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 가지 직업,

한 가지 분야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이 일이 재밌기 때문이었다.

운도 따라줬다.

다른 사람들은 인사 이동으로 다른 부서 갈 때

나는 붙박이로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복 받은 거다.


그렇게 10년 넘게 2011년부터 햇수로 12년 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설레고 행복했던 일이 위태로워진 건 올해부터다.

조짐은 2년 전부터 있었다. 그래도 할 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더이상 이 일이 설레지 않는다.

나는 버릇처럼 또 나이탓을 했다.


그런데 오늘 나보다 3살 많은 언니가 이직 소식을 알렸다.

이 언니는 2년 새 벌써 3번을 옮겼다.

코로나 시국에도 아랑곳 없이 직장을 바꿨다.

힘든 곳만 찾아서 간다. 힘들어도 보람이 있다고, 좋아했다.

딱 워딩이 이랬다.

"개고생할듯ㅋㅋ 근데 좀 설렌다."


부러웠다. 이직했다는 것보다 아직도 설렘을 느끼고 설렘을 좇아갈 용기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옛날엔 부러운 감정 뒤에 곧장 자괴감이 들었었다.

이제는 자괴감조차 들지 않는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부럽다는 감정에서 끝난다.

'나는 왜이러고 살까'라는 자책도 없다.

좋은 게 좋은 거, '결국 맘 편한게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정신 승리를 한다.


사실 뭐가 옳은 방법인지 모르겠다.

자극 받고 스스로 채찍질해서 열심히 이직을 하거나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설레는 일을 찾아 다시 도전해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주어진 일이라도 잘하자고 그냥 머물러 있는게 맞는지.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알고 있다는 거.

이 글을 쓴다는 이유부터,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선택한 단어들에 단서가 '대놓고' 있다.

회사 이야기, 직장 이야기는 곧 나의 태도 이야기, 내가 삶을 살아가는 현재의 태도로 귀결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가 정답이다. 알고 있다.


근데, 이번엔 먼저 움직이기 싫다. 힘에 부친다.

여태껏 내 선택으로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했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일단 지켜봐야겠다.

약간은 수동적으로. 설레지 않는다고 재밌지 않다고 돌아서기엔 난 이제 나이가 너무 많다.

(고 다시 한번 정신승리를 하고 앉아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래서 더이상 열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