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챌린지 #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컴퓨터 앞이다. 앉아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는 것.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모닝브런치챌린지
브런치 글을 아침에 써보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다. 글 쓰기도 근육처럼 키워지는 것이기에 나름의 운동 루틴인 셈이다. 무엇보다 아침에 쓰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밤에 감성적인 글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였다. 누가 시켰거나, 반드시 해야 하는 어떤 이유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족쇄를 채워 보고자는 것이 가장의 이유이다. 즉, '그냥 하는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그냥'은 1.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2. 그런 모양으로 줄곧 3.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의미로 정의된다. 그니까 이런 모양으로 줄곧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글을 써보겠다는 의미다.
갑자기 생각나는데, 2013-14년 즈음에 회사 송년회 장기자랑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회사에서 신입/경력할 것 없이 그 해에 입사한 모두가 무대에 올라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경력직 입사라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했는데... 하필이면 우리 팀에는 수줍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누구라도 나서지 않으면 무대를 망칠 것 같았다. 당시 나의 팀장님은 "절대 꼴찌는 되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기에 송년회 장기자랑 준비를 하러 갈 때에도 신신당부를 했다. 그 말이 신경 쓰여서 노력 안 할 수 없었다.
"내가 노래를 부를 테니, 너희들은 뒤에서 춤을 춰라"가 나의 첫마디였고, 나는 무조건 우리 무대의 순서를 첫 번째로 만들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여기서 성공의 의미는 2시간 넘게 행사가 진행되면서 뒷 순서에 밀려 '관심의 척도'가 낮아졌다는 데 있다.
그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친한 학교 선배가 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렸다. 나는 보면서 '그래, 나 오늘 좀 열심히 살았군'하며 자화자찬하고 있을 무렵 댓글이 하나 쓰윽 달렸다. 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윗 학번 선배였다. "얘 아직도 이러고 살아?"
아직도 떠올리면 뭐랄까. 화가 났던 감정이 기억난다. 딱히 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무라는 말이 있던 것도 아닌데, 왜 화가 났을까.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하였고, 우리 모두 만족하는데, 왜 저 사람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선배에게는 스쳐지나갈 순간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는 '저렇게 남의 성의를 평가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두 번째는 '저런 말에 절대 굴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냥? 그냥!
이다음에 나오는 말이 '저는 그래서 그냥 살고 있어요.'라고 하면 좀 웃길 수 있는데, 사실 그게 맞다. 나름의 사건을 겪은 이후로 그냥 살고 있다. 좀 쉽게 말하면, '그냥 나답게' 말이다. 세상 가벼운 그의 말이 나에게는 무겁게 다가왔으나, 그렇다고 '나'를 버리면서 그 말에 흔들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나다운 대로 살고, 그런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그전까지는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있던 관계들에서 해악적인 존재들에 대한 정리를 해나갔다. 그 선배도 나의 인맥 어디 즈음에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어떤 행동이나 선택에 결코 '무의미'는 있을 수 없고, 입 밖으로 나가는 말은 절대 가볍지 않으며, 살면서 하는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무게를 이해하는 사람들이길 바랐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곁에 있어준 사람들로 인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중이다.
사람들은 '죽지 못해 그냥 산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당장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근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냥 산다는 사람 중에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제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5분이든, 1시간이든 휴식을 취한다. 그 휴식은 내일을 위해서다. 세상 최선을 다하며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그냥'이라고 말한다. 숨 가쁘게 달리는 중인지도 모른 채.
이쯤에서 '그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2. 그런 모양으로 줄곧 3.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말 그대로 꾸준하게 뭔갈 해나간다는 말이다. 비록 당장 큰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행한다. 언뜻 무성의하고 관심 없는 말처럼 들릴 수는 있으나 조금만 생각을 틀어보면 너무나 성의가 있는 말이다. 행간 너머에는 분명하고 선명하게 성실함이 존재한다.
그니까, 돌고 돌아서 끝을 향한 나의 글의 요점은
'나 지금부터 그냥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