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한국인
강도 소동도 어느새 지나가고 시간이 애매해졌다. 도착지인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는 7시간이란 시차가 난다. 우리가 탈 기차가 12시라고 했는데 모스크바 기준인지 블라디보스토크 기준인지 헷갈린다. 물어볼라고 해도 역무원들이 말이 통하 질 않아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외국인 여행객들도 시간이 다가올수록 두리번거리며 역무원과 대화하다 답답함을 느끼고 돌아선다. 우리는 쳐다보며 동질감에 킥킥댔다. 서로 두리번거리던 우리는 너도 모스크바 가니? 하며 서로의 목적지가 같다는 걸 확인하고 불안감을 안도감으로 바꾸었다. 낯선 무언가에 도전할 때 같은 배를 탄 동지만큼 안심이 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훈련소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기 전우들이 그토록 애틋하게 기억에 남는 것 아닐까 싶다. 열차를 타기 위해 준비하다가 한국 사람들 무리를 발견했다. 며칠 동안 거의 보지 못했는데 한국 사람들이라니. 벌써 수년째 세계여행 중이라는 40대 베테랑 부부. 얼마나 익숙한지 가방도 조그만 가방 달랑 하나만 매고 왔다. 가다가 사 먹으면 되지 뭘 바리바리 싸오냐며. 가방이 무거울수록 여행 초짜라는 증거라고 하셨다. 우리 가방이 여기서 제일 무거운 것 같은데 사실 초짜 맞으니깐 뭐. 우리와 함께 타는 두 여성도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관두고 친구 둘이서 횡단 열차를 타고 북유럽까지 다녀오는 여행을 가는 중이라고 했다. 낯선 분위기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똘똘 뭉쳐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리. 장소는 러시아지만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공간은 대~한민국이다. 드디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