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썬맨 Oct 24. 2021

과정을 소중히 하는 미래의 외교관

칠레에서 온 이사의 꿈

“안녕 내 이름은 이사 콘다도르 퀸타나, 간단히 이사라고 해.”


횡단 열차에서 우리는 머리가 검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한 소녀를 만났다. 유난히 밝은 미소에 수줍음이 많던 그녀. 그리고 약간은 긴장한 듯한 그녀. 그녀의 이름은 이사라고 했다. 뭔가 짐을 옮겨야 할 것 같은 이름이다. 


“울란우데에 있는 친구 집에 가고 있는데, 영어도 통하지 않고 계속 뭔가 답답했었는데 너희들을 알게 돼서 너무 반가워.”

“응, 이사 반가워. 나는 엉뚱한 새댁 조이라고 해. 우리랑 닮아서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믿겠다 하하.”

그녀는 남미 칠레라는 나라에서 왔다. 어려서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고 재능이 많아서 통번역가가 되기 위해 중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그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3개 국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많은 언어를 익히고 싶다고 한다. 영어도 불편한 우리 입장에서는 부러운 이야기였다. 하하 


“이걸 너희 둘이서 한 거야? 대단하다 정말.”

“응. 한국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남편도 함께 잘 도와줘서 감사하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여행을 출발하기 전 그동안 해왔던 꿈 프로젝트 영상에 영어자막을 달아왔는데 잘 준비한 것 같다. 이사의 한마디 소감에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열차에 탄지 3일째, 이곳에서는 머리를 감을 수 없기 때문에 행동반경을 크게 하면 떡진 머리에서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하 나뿐만 아니라 열차에 탄 모두가 그렇기 때문에 사실 서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 이기도 하다. 열차를 타던 날엔 모두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프레쉬한 상태였는데 3일 만에 다들 반 거지꼴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끼리 이런 모습을 공유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다. 


언어에 관심 많은 이사를 보면서 러시아에서 만났던 일마 누나가 생각이 났다. 이사에게 그녀를 소개해주면 생각이 되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4가지 분야로 나눈 꿈들을 나열하고 그것을 토대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그렇게 되는 과정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고 싶어. 다국어로 통역이 가능한 전문 통번역가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 지금 중국에서 언어를 배우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하지만 걱정과 염려가 많은 성격이어서 이 과정 자체를 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어.”


“우와 이사 너무 아름다운 꿈인 것 같아. 누군가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아니면 명예와 전문성만을 위해 통번역가를 꿈꿀지도 몰라. 하지만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인생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은 너의 마음이 너무 이쁘게 느껴져.”


아내는 상담을 하면서, 소셜미션. 즉 이 꿈으로 타인이나, 세상을 유익하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전엔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던 이사는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곰곰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음 언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더 많은 문화를 겪어보고 싶고, 나중에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 그리고 아까 전 너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았는데, 나는 감사하게도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얻었지만 우리나라에는 가난으로 학업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도 너무 많아. 공부를 끝마지고 칠레에서 통번역가가 되면, 교육의 기회가 없어 자기 이름도 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언어교육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우와, 짧은 시간에 그런 생각을 했다니. 너 너무 멋지다 이사야~”

“하하 고마워.”


아내가 감동의 칭찬을 이사에게 퍼부었다. 본인의 유익만을 위한 꿈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우리가 하는 꿈 프로젝트의 핵심 미션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르추크츠에 있는 친구 집에 가기 위해 내리는 이사. 우리는 그녀와의 이별을 추억하기 위해 짐을 내려주고 셀카봉을 들고 힘차게 달리는 동영상을 찍었다. 약 8개월 뒤 우연히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메시지만 주고받게 된다. 여전히 그녀는 중국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고, 그때의 꿈을 기억하며 과정을 소중히 밟아가고 있다. 


이사, 파이팅!


횡단 열차에서 만난 칠레 소녀 이사
과정과 작은 단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사
그녀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중간에 내리는 그녀를 위한 이별 영상


이전 19화 지구 어디나 엄마는 자식사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