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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Aug 24. 2024

9주 동정심을 되살린다

또 유턴인가

  ‘모든 일에는 유턴의 시기가 있음을 잊지 말자.’

‘유턴을 피하거나 만회하는 능력이 재능 못지않게 중요하다.’

9장에서는 걸려서 넘어가지 않는 글귀들이 더 많다. 두 번째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처음 보는 듯하다. 그건 내가 바뀌지 않았음이겠지. 읽고 쓰고 했으면 나의 행동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듯하다가 어느 사이 되돌아와있는 나를 만난다.


  멀리 나아간 것도 아니고 조금씩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뒤를 돌아다보고 앞으로 열린 길은 두렵기 그지없다. 몇 발짝 떼었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도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가? 사람들이 뭐라 하진 않을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뭐 이런 글을 올리지? 하는 건 아닐까?’  아로마 수업을 하면서도 ‘혹시나 잘못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끝없는 두려움에 다시 되돌아간다. 괜히 몸에 핑계를 댄다. 아프다고 생각하니 낫지 않는다. 그 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상황이 편하면 좋은데 또 그렇치는 못하다. 못난 내 모습만 확인하고 있다.


  누구라도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줄리아는 창조성이 막힌 사람들이 두려움이 많고 그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의 두려움은 아마도 어린 시절 언니와 엄마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본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생들과 한참 자다가 잠시 잠을 깨었을 때 두 사람은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끼어들지 못했다.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고 무의식 중에 ‘나는 저 대화 속에 들어갈 수 없구나’를 느꼈고,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언니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책 만 들면 잠이 와서 읽어내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독서량도 부족하고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나는 늘 모자라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겠다고 용기를 내었고 지금도 좌판을 두드린다.


  내가 두려울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내 안의 나가 강해서  끌어주면 좋지만 , 그 아이마저 돌아누워있는 경우가 있다. 그땐 누군가에게 요청해야 하고, 도움 받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감사는 다 잊어버리고  자책만 일삼고 있다. 누구에게나 유턴이 있다고 하니 기운을 내자. 단지 너무 늦지 않게 만회하면 된다. 다행히도 유턴은 온 길을 다 돌아가진 않는다. 아차하고 다시 돌아갈 길을  빨리 만날 수도 있으니 힘을 내자. 

 뭔가라도 한 것은 한 것이다.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두려움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 두고 한 발짝이라도 내어볼 일이다. 유턴을 반복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지나온 것 같다.

더위는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계속되지는 않듯 머잖아 시원한 바람이 대지를 식혀 줄 시간이 온다. 두려움의 갑옷을 벗어버리고 가볍게 일어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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