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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Aug 31. 2024

10주 자기 보호에 힘쓴다

시간을 줄까요

  '모닝페이지를 쉬지 않고 써 왔기 때문에 가뭄이 끝난 것이다. 우리가 절망으로 쓰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뭄이 끝난 것이다.’라고 줄리아는 말한다. 쓸 말이 없어도 몇 줄을 못 쓰더라도 그날그날 날짜를 쓰며 하루하루 버텨오면, 글이 쓰고 싶은 날이 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정말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가뭄이 끝난 것이다. 살아오면서 버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패하면서 많이 느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초초와 후회를 뒤로하고서 말이다.


  이번엔 내게 있어 가뭄의 시간이 길었다. 뭐든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무기력해지고 하기 싫고, 나가지도 않고 사람도 안 만나면서 힘든 시간을 버텼다.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꼭 해야 할 것만 억지로 하곤 엎어져있었다. 지금 저 글을 만나면서 두 번째 읽고 있는데도 첨 본 듯하다. 그래 맞다 하면서, 버텼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니 10주 차까지 이어져왔구나를 느낀다. 날짜를 지나버리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비가 하루종일 내릴 때도,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릴 것 같지만 이틀이상 계속해서 오는 법은 없었다. 기다려주면 비는 반드시 그치듯, 우리 삶에도 그런 시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 같다. 좀 더 현명해진다면 이 시기가 나에게 무얼 원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루한 장마든 가뭄이든, 뭔가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다.

  이번 시기에 알게 된 것은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버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었다. 그 긴 세월을 중간에 포기하고 분가했다면, 또 밭에 다니실 때 한 번씩 따랐다니 지 않았다면, 이 귀한 경험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 지루했던 시간이 진행 중일 땐 정말 몰랐다. 이런 순간이 오게 될 줄을.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나의 화살은 고운 깃 달고 날아갔다오.

온 하늘 열려 있었으니

어디엔가 맞았을 테지요’라는 괴테의 시가 생각난다.

그래 어디엔가 맞았을 것이다.


  많이 어설프고 엉성하지만, 그냥  글 쓰는 사람이고 싶을 뿐이다. 참아낸 시간들이, 버텨낸 순간들이, 남들과 차단했던 날들이 모여서 에너지를 주나 보다. 뭐든 시간을 주어야 하지 않나, 시간에게 시간을 주자. 그냥 단숨에 되는 것은 없다. 밥이 다 되고도 불을 끄고 뜸 들이는 시간을 준 밥이, 급하게 한 밥과 맛이 다르듯이 모든 일에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엔 음식을 하고 나서 식기 전에 어서 먹자 했지만 요즘은 불을 끄고 잠시 기다려준다. 음식에게도 시간을 준다.


  글을 쓰면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잘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감사하다.  쓰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깨닫지 못할 것을, 글을 쓰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글을 쓰나 보다. 진척이 안될 때, 무의미할 때, 에너지가 없을 때 나를 잘 다독여 버텨보자.

나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내가 일어 설 방법도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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