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씁시다
아티스트로서의 가치란 바로 나 자신과 신, 그리고 내 작품 속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쓸 수 있는 시가 있다면 팔리든 안 팔리든 간에 그 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내 이름 앞에 붙이는 것이 쑥스럽지만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자 선택했으니 그냥 그 길을 가보자. 처음엔 도대체 내가 뭘 쓸 수 있을까 고민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 이것도 한번 써 볼까? 그래 그 이야기도 좋겠다.” 하면서 글제가 될 것을 찾아가고 있다. 시작하고 나야 오솔길이라도 보이는가 보다.
왜냐하면 나의 경험은 나만이 오롯이 겪은 것이다. 한 집에 산다고 해서, 같은 부모 아래 있었다고 해서, 같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같은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들 비슷한 경험들을 갖고 있으니, 뭐가 그리 특별나고 다를 까도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나 보니 참 달랐다.
한 번은 자매 네 명이 부모님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부분도 많았지만
“어? 정말 나는 못 느꼈는데” 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동안 서로들 멍하니 쳐다보았다.
“우리 다 같은 자매 맞나?” 하면서. 기억하는 부분들이 다 다름에 놀랐다. 부모님도 하나둘 자식들이 생기면서 생각도 달라지고, 연세도 드시면서 자식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을 것이다.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진 것도 아닌데, 다양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나 맞이와 막내의 기억들이 많이 달랐다. 그 간격이 12년이나 되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했다.
그래서 느낀 것이 있다면 해줄 말이 있다면 그것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게 다양성을 접하다 보면 사람들도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계속 써져야 한다. 일일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을 남겨서 누군가는 읽고 얻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쓰인 그 글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자리할 수도 있지 않은가? 사람을 사귀고 알아가는 것은 짧은 시간일 수 있으나 기억되는 일은 오래간다.
나의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다. 옆에서 하찮은 것이라 표현해도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고 다른 사람은 느낄 수 없었던 가치 일 수 있다. 대지는 물을 담아 두지 않고 바다는 늘 물을 가득 담고 있다고 표현하듯 그렇게 다름 속에서 우리의 생각들을 찾아내야 한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옛것은 다 잊혀간다.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으로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가치로운 일이다. 왜냐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그 시대, 환경 속에서 힘든 과정을 거쳐가면서 살아내었기 때문이다.
거저 주어지는 삶이 어디 있던가?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냈는 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귀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예전 우린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요즘 아이들은 그러지 않는다. 오로지 핸드폰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 할머니들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린 남겨두어야 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 자녀들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10년이 지난날, 잘했다 다독일 그날을 그려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