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 얼굴
“언니야, 귀 아래 뭐가 만져지는데 알아?”하고 세신 이모가 묻는다.
“아니요, 난 몰랐는데 뭐가 만져져요?”라고 말하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크진 않았는데 눈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신경 써서 만져야 알 것 같았다. 며칠을 지켜보다가 약간 커지는 느낌도 있어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선생님은 이하선 종양 같다고 큰 병원으로 가 보라 한다. 자기 느낌에 양성 같으니 놀라진 말고, 그래도 수술해서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2010년이었다.
지역 K종합병원에 선생님을 소개받아서 사진도 찍고 조직검사도 했다. 그리고 수술 날도 잡았다. 아기 낳으러 병원 간 것 외엔 입원해 보는 것이 처음이라 좀 두려웠다. 사실 아프지는 않았다. 또 혼자 움직일 수도 있어서 가족은 돌려보내고 혼자 침대 누워있으니, 마음이 이상했다. 이쁘지도 않은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통증도 없는데 누워있으려니 갑갑했다.
그러나 그건 수술 하루 전날의 풍경이다. 다음날 수술 시간이 되어 남편이 왔다. 드라마에서나 본 수술실 들어가기 전의 이별 신을 했다. “걱정 마 잠시야 금방 나올 거야.” 했지만 4시간이나 걸린 수술이었다. 귀 아래는 안면신경이 있어서 까다로운 수술이었다. 수술실은 얼마나 춥고 침상도 차갑던지 마치 냉장고 속 같았다. 몇 가지를 물은 후 숫자를 세어보라 했고, 채 열도 새기 전에 의식을 잃었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부르면서 정신 드냐고 물으며 볼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렴풋이 정신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그제야 엄마 깼어! 엄마 깼어! 하면서 숨을 크게 내쉰다. 수술실을 나와서 한참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단다. 그렇게 시작된 회복 시간은 아주 힘들었다. 귀 아랜 떨어지는 핏물 받을 통을 달고,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이 오고 기운도 하나도 없었다. 정말 환자가 되어버렸다.
이런 수술을 두 번이나 더 하게 되었다. 아마도 첫 수술 때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심지어 두 번째는 그냥 당연히 먼저 한 선생님에게 다시 받았는데 후유증까지 생겼다. 아마도 신경을 건드린 듯, 눈이 처지게 되었다. 병원에선 더 책임져 주지도 않았고 시간이 걸릴 뿐이지, 돌아온다고만 얘기했다.
그 뒤로, 한의원으로 통증 전문 의원으로 마사지 등 좋다는 것은 다 해보았다. 어디서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회복했다. 그런데 다시 2022년 또 멍울이 올라왔다. 그때는 아이들도 다 커서 자기들이 알아보고 서울 Y 대 로봇 수술하시는 선생님에게 가게 되었고 다행히 수술이 끝나고 별일이 없었다. 그렇게 세 번이나 나의 얼굴에 고통을 주었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늘 보던 얼굴에 약간만 변형이 와도 딴 얼굴이 되었다. 한쪽 눈이 약간 처졌는데 다른 사람 같고 외출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 얼굴이란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기를 낳았을 때 우리 부부는 물론이고 조부모 네 분까지 다 자기 닮았다고 얘기했다. 눈은 나를 닮았네. 입은 당신을 닮는다고 하면서… 우리는 무려 여섯 사람의 모습을 섞어서 만들어진 얼굴을 받는다. 어디 얼굴만 받겠는가? 성정이든 가치관이든 물려받는 유전인자는 어마어마하다.
무엇이든 그러하겠지만 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상으로부터 받은 귀한 선물을 잘 사용해야 한다. 엄마는 자주 이런 말을 했는데, “얼굴 가지고 오너라 이름 지어줄게” 하셨다. 자기가 사는 대로 얼굴이 만들어진다면서 본인이 하는 행동이 그 사의 얼굴을 만든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래 여섯 명뿐이겠나, 선조로부터 받은 내 얼굴 내 몸을 잘 돌보면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