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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Nov 01. 2024

7인분 노비

글제: 좋아하는 작가

  [꿈꾸고 사랑했으니 해처럼 맑게] 이 책은 문인은 그의 한 면에 불과하건만 그럼에도 ‘종이 시대의 가장 생산적인 문인.’인 괴테를 우리에게 좀 가깝게 다가오게 하는 열망으로 쓴 전영애 교수님의 편지글이다.

 괴테가 쓴 2만여 통의 편지 중 만 오천 통이 회수되어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단다. 교수님은 100분의 1쯤 추려서 [사람에게] [친구에게] [세상에게]라는 제목의 서간집을 번역하고 있고 괴테 전집의 일부로 출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서간문에서 느낀 괴테라는 인물, 그의 삶과 문학, 또 자기 모습도 투영해서 쓴 글이라 두 분을 다 같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2011년 괴테 금메달을 수상하셨을 정도로 괴테의 박사님이시다. 수십 권의 번역서와 저서가 있다.


  당신 스스로 ‘7인분 노비’라 말하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하고 계신 교수님은 여주의 골짜기에 여백 서원을 지었고, 괴테 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사람이 뜻을 세우면 어떻게 자신을 빚어가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샘플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여백 서원의 대들보엔 맑은 사람들을 위해 후학을 위해 시를 위해라는 문구가 천정을 가로지르고 있다. 여백이란 호를 가진 아버님의 뜻을 이어 귀한 사람들이 세상에 굳게도 자기도 살고 남도 살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서원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조교의 길은 군에 다녀온 남자로 정해지고, 당신은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학교에 갔다가 독일서 학자금을 지불해 주는 유학생모집을 보고 바로 지원했고 당연 붙었다

그즈음 계속 유산이 되던 아기가 이번에는 잘 안착이 되어 한 학기를 미루게 되었다. 따가운 눈총을 받아 가며 두 달 된 아기를 맡기고 독일로 가서 공부하고 와서 우여곡절 끝에 1996년에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개집 정도라도  상관없다’라던 말을 누군가 듣고 여주에 허물어진 시골집을 싼 가격에 구입하도록 도와주었다. 그것을 잃을까 봐, 혹시나 달라고 하면 바꿀 요량으로 사게 된 산골짜기 땅이 지금의 여백 서원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다. 돈이 있어서 한 것은 절대 아니고 단지 “뜻”만 가지고 있었는데, 사욕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하다 보니 지금은 기적처럼 실현이 되어가는 중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이다. 60년에 걸쳐 쓴 작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누구든 스스럼없이 택하는 구절이다. 1911년 일본에서 ‘모리 오가이’가 처음 번역했을 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번역했고 이제까지 그리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이 괴테의 수많은 책들을 번역하고 느낀 것이 독일 단어’streben’의 뜻이 밤낮으로, 일로매진의 뜻도 있지만 마음속에 솟구침을 담은 단어라서, 당신은 지향하는으로 바꾸었다. 지향이 있다는 것은 갈 곳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방황이 바로 목표가 있고 지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니 지금 방황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는 문장 같다.


  교수님을 뵙고싶어 몇 달 전에 여백 서원을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토요일 누구든 들어갈 수 있게 열어두었다. 그날은 교수님이 직접 나와서 손님을 맞이한다. 퇴직 후 당신은 후학들을 위한 박수부대가 되고 싶다고 했고 실천 중이시다. 젊은이들에 대한 사랑이 아주 넓고 크다. 지금도 그 후학들과 괴테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 

 그 넓은 서원의 한쪽 10평도 안 되는 당신의 작은 방에서 집필을 하고 7인분의 노비로서의 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천사들이  달려와 교수님의 꿈이 더 빨리 실현될 것 같다. 세상에서 힘들 때 달려가고 싶은 곳, 맑은 뜻의 자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여백 서원을 만들어가시는 전영애 선생님과,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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