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스피커 Mar 06. 2021

입 다문 십 대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친다고요?

우리 아이들을 수다 떨게 하자

프리랜서 강사로만 활동하다가 중고등 대안학교의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 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을 맡아 가르쳤다. 중고등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대학에나 가야 들어봄 직할 교과 기획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후 나의 강의 영역을 넓힐수 있는 관련 뉴런과 연결 시냅스를 가져 큰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작년 9월 시작으로 초등부터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모든 정규 교과과정에 '인간관계' 수업을 편성해서 가르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덴마크나 핀란드의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행복수업'이라는 것을 통해서 소통, 공감, 관계를 풀어 나가는 것에 대해 배우고 있다.

국내 한 유명 전문 상담자의 말에 따르면 5세-100세까지의 모든 세대를 통틀어 공통된 상담주제 1위가 바로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그렇다. '인간관계' 

이것이야말로 어릴 때부터 긴 호흡을 가지고 세심하게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 소프트 기술이 아닐까?

국영수 같은 하드 기술은 목표를 세우고 일정기간 집중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 괜히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나는 해야 하니까 공부를 하는, 연명 수준의 공부를 해와서 내가 그 증인이 아니고 전문가들에게 들은 이야기임을 밝혀둔다.)


하지만 '인간관계 공부'는 인생을 통틀어 영구히 유용하게 써먹는 선한 기술이며 개인의 행복과 총체적 성공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임에 분명하니까 말이다.


인간관계 같은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면서 저절로 보고 익히는 것이라고? 정말 그럴까?


요즘 과거의 학폭 논란 등에 휩싸여, 현재 애써쌓아 놓은 인기와 명예가 와르르 무너지고 곳곳에서 퇴출당하는 스포츠인, 연예인들의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학폭 논란의 장본인이었던 한 여자 연기자 드라마에서 화내는 장면을 보고, 과거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아픈 과거가 겹쳐져 견딜 없다고 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인생이라는    뻔하고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나와 타인과 공동체와 사회와 어떤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 가정도 학교도 이들에게 가르쳐준 적도 모범을 보인적도 없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인간관계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의식을 가지고 연습하고 구체적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평생 모범을 보이는 그런 어른이 곁에 있다면 그 자체로 걸어다니는 교재일것이다.


결국 가정의 책임 학교의 책임을 우리가 어찌 말하지않을수있을까?


나는 인간관계 중에서 '말'에 관련된 가장 1차적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을 코칭하는 사람이다. 종종 일반 공립학교에 '자존감 스피치 특강'이나 '면접 코칭 특강' '자녀와의 관계에 관한 부모교육 특강'등에 불려 가서 강의한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의 연계가 없어서 늘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대안학교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목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1학기에는 나와 타인과 공동체와의 감정을 표현하고 말하는 코칭과 실습교육, 2학기에는 공적 스피치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수업을 가르칠 수 있었던 기적같은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환영받았던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그러니까 십 대의 한 복판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본격 진지충 과목 같은 커뮤니케이션 수업이라니. 동 교사들은 입을 다문지 오래되신 십 대 분들과 엄청난 미션을 치 나를 신기하고도 조금 측은히 여기는듯했다. 우려반 기대 반의 반응이었다고 하자.

솔직히 나도 드러내 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금요일 아침 수업 때마다 매번 긴장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90분 동안 나만 떠들다 나오면 어떡하지? 그러면 안 되는 수업인데. 아이들이 이런 것을 왜 하냐고 반항하고 무시하면 어쩌지?'

세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일단 겉모습은 세련된 옷과 스타카토의 공명된 목소리의 캐릭터로 잡고, 막상 수업에 들어가면 아이스 슈크림과 판나코타와의 부드러운 만남에 슈크림 풍미를 업그레이드해주는 캐러멜 맛이 나는 역대급 슈크림 푸라푸치노 같은 목소리로 수업을 시작했다.반전의 매력같다며 아이들의 '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머도 연구하고 장착했다.


물론 속으로는 계속 '나 떨고 있니? 혼자 나대지 마! 눈빛 흔들리지 말고!'라고 수 없이 외쳤지만 점점 내게로 아니 이 수업에게로 빨려 들어오는 십 대 분들과의 영적 정서적 교감 조우하기 시작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고맙게도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의 과목으로 선정되었다. 아이들의 무거웠던 입들이 열리고 어색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서로 말로 표현하고 때로는 폭풍같이 웃고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던 아이들. 아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려고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닌데 아이들은 스스로 그렇게 본인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다른친구들과 화합하고 시간을 즐겨주었다.


십 대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수업은 즐겁다.

지금은 일대일코칭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다시한번 꼭 돌아가고싶은 스피치그룹코칭의 기억이다.




대단한 삶을 살지 않아도 작은 삶의 현장 속에서도 매일 행복하게 사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기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
사람과 마찰이 생겼을 때 부드럽게 풀어갈 수 있는 스킬,
심리 철학 예의를 학교에서 가르쳐준다면 좋겠다.




-서울대 김헌 교수님의 강의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돈도 안 드는 리액션 아끼다 똥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