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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스피커 Sep 17. 2021

조금 더 느려도 되는 여행의 맛 1

나 홀로 제주, 마을안쪽 길을 걷다가 마음 안쪽도 걸었다

제주에서 시내버스 타보기 라니.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였을 때는 언제나 렌터카를 이용했었으니 당연히 처음인셈이다.

얼마 생일선물로 지인들이 회비를 털어 사준 갤럭시 버즈 라이브 나게 귀에 착용하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를 틀었다. 기분이 좋아다. 

현지인이 아닌 이방인이 되어야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특별하고 기분 좋은 이질감의 희열이 나를 타고 취기처럼 올라다.


한가로운 201번 시내버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깨끗하고 소박한 정류장을 하 지날 때마다 승차하는 제주도민들을 슬쩍 곁눈보았다. 

그들의 삶을 내 맘대로 넘겨짚어 상상하고

미소 짓다가 또 애잔해지고.

내 맘대설을 쓰고 감정이입 해보았다.

다 내 마음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꽤나 몰입해서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난 참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


쫓기지 않는 이곳 나 홀로 제주에서 나는 나를 이런 식으로 새삼스레 발견하고 의미 있게

토닥토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말이다. 분명 혼자 있는 건데


마치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대화를 하며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원래의 나와

제주 여기 이곳에 와 있는 또 다른 내가 말이다.



감정의 파동이 일상과는 다른 속도의 진동과 밀도로 다가와서일까?

혼자서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코로나 직전 '동남아시아 90일 나 홀로 어학연수'때도 그랬고 지금 갑자기 떠나온

나 홀로 제주여행 소식을 알았을 때도 지인들은 카톡으로 물었다.


"진짜 대단해 일주일이나 혼자 갔다고?

근데 안 무서워? 안 심심해?"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혼자 있어도 하나도 안 심심하다고. 어떻게 설명해도 언어만 아쉬워질 것 같아서 말을 아끼고 나중에 글로 쓰자 마음먹었다.

 

겁 많고 나이도 많은(? 아니 적당히 먹을 만큼 먹은) 중년 아줌마가 일주일씩이나 혼자 여행을 는 사람을 내 주변에 찾아보기가 어렵다 보니 나는 종종 부러움과 신기함의 존재가 된다.

사람들은 와 부럽다 좋겠다 하면서도 막상 혼자는 잘 안 떠난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너무 많으니까.




플레이스 캠프는 가족룸도 있긴 했지만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들에게 특화된 공간과 프로그램 등이 있는 곳이라고 추천을 받아 간 곳이다.

예쁜 감옥이라는 단어가 연상될 만큼 작긴 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일주일치 숙박비에

하루에 만 원만 더 지불하면 숨 막히는 제주의 하늘과 성산일출봉의 일출과 일몰을

내 방에 가득 들일수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6일 이상을 잤더니 1박까지 보너스로 얻어 다음 여행까지 바로 계획하게  하는 앙큼함까지 맘에 들었다.



숙소가 있던 고성리 성심당 빵집 앞에서 탄 201번 버스성산일출봉을 오른쪽 창으로 비껴 보내고 25분쯤 지나 종달초등학교 앞에 나를 밀어 내려주었다. 이름도 참 종달 종달 정겹고 예쁘다.


모험심과 호기심은 충천 길눈이 심각하게 어둡고 겁도 많은 나 중년 아주머니는 거기서부터 목적지인 종달리 해변까지 얼마나 걸어야 할지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꽤나 걸었는데도 이 예쁜 바닷가 마을에 집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길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때부터 귓가에 남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시는 혼자 여행가라 하나 보자. 지난번에도 제주여행 혼자서 하던 여자변을 당한 뉴스 

기억 안 나?

그러니까 택시 타고 다니거나 미리 알아보고 다니라고 했지?"


그때였다.




조금 더 느려도 되는 여행의 맛 2화 

'1박2일은 울다' 편은

다음에 쓰겠다. 쫓기듯이 쓰고 싶진 않다.

그래도 너무 미루진 않고 쓸 예정이다.

그치? 이곳 재택 중인 나야?


자꾸 내가 나에게 물어보는 습관도 나홀로여행때 길러진 습관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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