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스피커 Nov 13. 2021

연애도 결혼도 공식은 없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럼 해보고 후회? 돈두댓!

3화 연애도 결혼도 공식은 없어


"요즘은 이혼율이 전체 결혼 비율에 30 프로에 육박합니다. 저는 이혼하지 않으려면 교제할 때 미리 다 경험해보고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많이 자보고, 도박중독이 있는지 카지노도 가보고, 주사가 있는지 술도 같이 많이 마셔보고 말이에요 “     


유쾌한 이혼이란 없는 법. 이혼 현장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이 직업인 그 변호사가 말하는 일명 이혼 안 할 수 있는 팁들은 간접경험이 진하게 묻어나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렸다. 평소 즐겨보던 한 작가의 개인 채널에 초대손님으로 나온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이 말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것 봐라. 그러니까 결혼은 아예 안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미혼들의 적지 않은 반응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변호사의 말이 일리 있음을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말하는 방법이 기준이고 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 변호사 자신도 도움이 되길 원해서 경험의 통계치를 열심히 말한 것뿐이리라. 케이스마다 얼마나 다른 변수가 있었겠는가.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가수 이하늘 커플을 보면 11년 동안 연애와 동거를 하다가 결혼했지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결혼 전 분명 긴 시간을 함께 했건만 결혼 후 왜 그렇게 빨리 헤어졌을까? 상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분명 서로를 계속 사랑하고 있었는데도 헤어졌다고 했다.     

"차라리 그렇게 네가 원할 때 진작 결혼할걸.

너무 시간을 끌었었다. 너한테 너무 미안한

부분이다 “ 이 하늘이 전 아내에게 말했다.     

부부관계 결국 정해진 답이란 없다.     


 유독 우리에게만 가혹하게 여겨졌던 부모님의 결혼반대라는 악조건 속에서 간신히(?)결혼한 우리가 20년 넘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글을 쓰며 의도치 않게 '부부생활 탐구'를 하는 중인데 남편의 작은 친절도 갑자기 더 커 보이면서 고맙고 기특하게 느껴진다. 현재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더 로맨틱해진 중년 부부의 현재를 살고 있다.




총 4년간의 극심한 결혼 반대를 겪었고 그중 3년은 서울 부산 장거리 연애를 또 그중 1년은 한국 중국 간 국제 연애를 했다. 실은 결혼 반대라는 현실보다 더 큰 위기는 두 사람간의 물리적 거리였다.

안 그래도 나는 장거리 연애는 원래부터 열혈 반대론자였다. 장거리 연애하는 친구들 치고 성공하는 케이스를 잘 보지 못했으며,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궁색한 상황과 함께 '언제까지 가나 보자'라는 괜한 관중을 만들게 되는, 사람을 참 초라하게 만드는 연애로 보였기 때문이다.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스테디셀러가 있다. 그 책의 저자 개리 채프먼은 사람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을 표현하는 각자의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5가지 타입으로 구분 지었다. 인정하고 칭찬하는 말, 선물, 봉사, 함께하는 시간, 스킨십이 바로 그것인데 나는 그중에서도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사랑의 언어의 소유자다. 그런데 장거리 연애가 웬 말인가.

하지만 결국 내가 바로 그 애매하고 유혹 천만 한 장거리 연애의 덫(?)에 걸려든 장본인이 되어버렸다.


방송국 근무 시절의 나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고 생방송을 진행하는 일이었다. 20대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던 가만히 있어도 빛날 그 시절 왜 일을 하다가 이성적인 호감을 보이던 남자들이 가. 끔. 은.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유혹은 바로 옆에 있었다.

매일 발바닥 땀나게 취재, 편집, 방송원고를 쓰며 회사에서 지새운 밤마다 피자와 족발 등을 함께 뜯어먹다 보니 정이 든 동료 PD나 기자들의 사적인 데이트 신청이 그것. 깡그리 거절하기가 솔직히 그리 쉬웠겠는가. 게다가 그들은 돈도 잘 벌었다.

여자 동료들이 하나둘씩 대학 때부터 사귄 옛 남자 친구들과 헤어지더니 선을 보거나 같은 방송국의 동료들과 커플로 맺어져 청첩장을 돌리는 것을 하루에 한 번씩은 보아야 했다.

가려면 지나 곱게 갈 것이지 항상 내게 잊지 않고 묻는다.

"넌 언제까지 그 남자 기다릴 거야? 그냥 마 고마해라~"      


지지해주는 지인들도 없고 부모들의 환영도 받지 못하는 씁쓸함 속에서,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는 외로움도 이기며 장거리 연애를 했다. 물론 딴짓과, 딴생각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번번이 내가 약을 바짝 올리는데도 꿈쩍 않고 내가 마음을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던 나의 애인. 그의 산 같은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신뢰로 승화되었고 우리는 결국 사랑과 전우애로 부부가 되었다.     

장거리 연애 국제연애를 하느라, 번 돈을 다 길에 교통비로 다 뿌려가면서 만나던 4년째 되던 어느 날 그날이 왔다. 급작스럽게 결혼 허락이 떨어졌던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애태웠던 시간 들에 대해 조금의 원망도 하지 않았고 그저 기뻐서 두 손을 맞잡고 함께 펑펑 울었다.     




연애도 결혼도 정해진 공식은 없지만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은 미리 세워두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한 선배들은 사람을 보는 안목을 먼저 기르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착해서 결혼한다고 하지 말고 착함과 사랑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도 기억하자. 그리고 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드러나는 법!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라.

잊지 마라. 결혼은 함께 살기 위해서 하는 거지만 계속 ’나‘로 살기 위해서도 하는 것임으로 나에 대한 성찰을 결혼 전에 꾸준히 해서 먼저 나를 세우는 과정 중에 결혼을 했으면 한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고 후회할래요! 같은 무책임한 도전은 금물이다. 후회할 짓 같다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결혼은 종착점도 결론도 아니며 그저 사랑의 한 과정이다.

당연히 희생도 조율도 필요하다.하지만 나 말고 또 다른 타인과, 서로 기여하는 성숙한 삶을 함께 사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큰 기쁨이 있다. 그리고 그 타인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닌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지만 함께 세운 원칙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며, 재미나고 다이내믹한 삶을 한번 살아보라고 나는 오늘도 나의 사랑스럽고 안전한 도피성 결혼을 예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아빠 보니까 결혼 빨리하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