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특별함과 나의 MBTI
보통 사람이고 싶다
내 생각을 표현했을 때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다름이 두려웠으며, 남들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웬만하면 튀지 않게 조용히 묻어가고 싶다는 생각이긴 하다. 앞에서 끌어가는 사람보다는 평범하게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나는 존재한다. 꼭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지 않아도, 나는 있다.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싶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특별함
그러나 그런 바람을 지닌 존재로서 나는 특별했다. 이미 특별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함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매운 것을 먹지 못해서 언제나 짜장면만 고르는 나는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선택하는 순간에서조차 보통 사람일 수가 없었다. 타고 나는 것이 다르고 살아가는 삶이 다르기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우리는 모두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 다름이 곧 특별함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사람
모두가 특별하니까, 이제는 특별함을 보통이라 칭하고 싶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는데 나만 그것을 몰랐다. 나를 돌아보는 것보다 남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다 보니,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빛깔을 부러워하기만 했었다. 그렇게 보통 사람이 되려고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만 했더니, 오히려 자기 색깔을 잃어버린 특이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미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보통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내 빛깔을 사랑하게 되니까,
나는 이제야 보통 사람이 되었다.
나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마음수련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오만 가지 심리검사를 다 파고들었을지도 모를 만큼 각종 심리검사에 관심이 많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쳇바퀴 속에 갇힌 듯 반복되던 우울과 고민의 시간을 보낸 대학교 시절, 나의 특이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MBTI 성격유형검사도 도움이 되었었다. form G로는 고3 때는 ISFJ, 대학교 때는 INFP가 나와서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form K를 해보니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의 세부 항목 다섯 가지가 거의 3:2로 양쪽으로 골고루 높았다. 상황에 따라 선호도가 쉽게 변해서 유형이 다르게 나오고 헷갈렸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특히 form G에서는 T-F 중에 F가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두 개 항목은 T에 가까운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I는 확실하고, S도 높은 N, T도 높은 F, P도 높은 J를 가진 INFJ로 나왔다.
유형 설명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게다가 어디서나 공감 받지 못하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세상 어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같은 INFJ라도 다 같지는 않다.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가지의 유형이 있는 셈일 테니까 16가지 유형에 갇힐 필요도 없다. 사람은 모두 경우에 따라, 살아온 삶에 따라 다를 뿐이다. 한국은 ST 문화라 하니 NF인 내가 특이한 것은 사실이다. 진짜 사람들이랑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원인 모를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나와 비슷해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브런치도 사실 그런 공간이다. 그래도 어차피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감대에서 시작은 하지만 결국은 '다름'을 만나게 되는 일이 참 즐겁다.
건강한 마음 상태를 갖게 되려면 자신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 그럴려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삶만큼만 세상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특이한 사람, 평범한 사람, 특별한 사람 등을 구분해 가며 선택적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 기준은 더 견고해질 뿐이며, 누군가에게 '이상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보통 사람'인 경우도 생긴다.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나는 누구든지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과거의 삶이 존재하며, 그렇기에 그것을 돌아보고 버리면 성격도 바뀐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 사실을 알기만 해도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각자의 삶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에 대해서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굳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 없이, 다름을 존중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나, 너는 너니까. 특별한 보통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