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은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Jun 28. 2016

소프트웨어

입력된 대로 출력한다

워드 작업을 위한 명령을 입력하면

워드 소프트웨어가 된다.


게임을 할 수 있는 명령을 입력하면

게임 소프트웨어가 된다.


알아서 청소하도록 명령을 입력하면

청소기 소프트웨어가 된다.


그저 입력된 대로 출력한다.

저장되지 않은 것은 불러올 수 없다.


그저 입력된 대로 출력한다.

사람도 마음 먹은 대로 마음을 쓴다.


로봇 청소기가 청소만 하듯이,

살아온 대로 담아놓고 그렇게만 산다.




나는 궁금했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나는 왜 남과 다를까?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왜긴, 그렇게 입력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고 자란 것이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생각이든 성격이든 물려 받는 부분도 큰 것 같고. 하지만 이런 사람이면 어떠랴. 어차피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이 하나의 소프트웨어일 뿐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잔뜩 담아두어서 과부하가 걸린 줄도 모르고, 프로그램이 안 돌아간다고 불평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더하기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변화를 원한다면 빼기가 명약이다. 전기가 있어서 하드웨어가 돌아갈 때, 휴지통을 비우는 작업도 할 수가 있다. 우리 몸이 살아 있을 때, 마음을 버릴 수도 있다.


마음빼기 명상은 성능을 회복하기 위한 포멧 과정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면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꽉 막힌 사람이었던 나는 그나마 마음을 버리고 나서야,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괴로워 말자, 삶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달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