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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Sep 28. 2016

양파껍질

벗기기 전에는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두껍게

보이지 않게 나를 숨겼어

내 자존심 다치지 않으려고

감추고 감춘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잊어버렸어


잊고 있는 줄도 몰랐어

갑갑하더라고

나도 모르게

답답하더라고

내가 누군지 몰라서


한 꺼풀 두 꺼풀

겹겹이 쓰인 가면을 벗어

감추고 감춘 그 안에

내가 숨 쉬지 못하고 있었어

썩어 문드러진 채로


나오고 싶었어

나답고 싶었어

나는 그냥 나였어

숨기 싫었어

숨 쉬고 싶어졌어


살고 싶어

죽어 있는 줄도 몰랐지

진짜를 가리고 있었더라고

겉모습이 진짜 나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알아 내가 누군지




나를 숨기고 포장하며 내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나를 모르고, 나를 잃고, 나를 잊은 채로 산다는 것은 진짜로 사는 것이 아니다. 양파껍질을 벗기는 일이 얼마나 속 시원한 일인지. 뭐, 그 과정이 썩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살맛나게 살아야지. 진정한 내 모습을 알고, 그 내가 자유롭게 숨 쉬는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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