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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Jan 19. 2018

용기가 필요해

마음수련 명상일기 - 인정!

그림 - 김주희 작가님


2013.08.07 지나간 일기

용기가 필요한 시간들

아직 난 확인해야할 것들이 많다

약해지고 약해지고 또 약해지고를 반복하면서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걸 확인하고파

부딪히고 부딪히고 또 부딪혀 보자

겁쟁이는 이제 없어, 그치?

무시하면 될 일이겠지만 그래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이야기하진 마

차라리 모른다고 이야기 해

그럼 알아갈 수나 있지

모나고 못난 내 모습을 알면

날 좋아해줄까 두려웠었는데

이제는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 없어

나는 이런 나라는 사실은 항상 그대로고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고 해도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을 거니까




명상을 시작하기 전 일기를 보니 역시나 나는 '방황하기'가 주특기이다. 얼마나 잘나고 싶었기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만든 기준에 못 미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과 불만이 많았다. 세상에 모나고 못나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유독 나만 그렇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때때로 내가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 나만 옳다고 믿는 고집과 틀이 가장 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괴로웠다. 이런 생각의 습관 때문에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자기비하의 오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생각마저 빼기하고 나니, 자기비하를 멈출 수 있었다. 사람은 정말 다 똑같다. 또 다른 의미로는, 어떤 사람이든 간에 모든 사람은 똑같이 소중하다. 나만의 생각 속에서 혼자 지레 겁먹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자신만 아는 기준으로 아무리 내가 잘났니 네가 잘났니 해봤자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것을.


잘사는 삶이란


나는 의문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 책에서 답을 찾을 때가 많은데 인상적이었던 한 가지를 옮겨보려 한다.

Q. 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입니까?

A. 잘사는 방법은 사람이 사람 행실을 하고 순리에 입각하여 사는 것이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없애고 산다는 것은 여간 힘들지 않으나 삶에 있되 그 삶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잘사는 삶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많은 고뇌와 고통 속에 무거운 짐을 지지만 자신을 없애 버리고 그 짐을 지지 않고 사는 삶이 잘사는 삶이다.
  말은 성인보다 더 잘하면서 자기에게 침해되는 일에는 달라지는 것이 인간인 만큼 내가 없으면 부딪치지도 않고 삶에 얽매임도 없으니 이것이 최고 잘사는 방법이다.

- 우명, <하늘의 소리로 듣는 지혜의 서> 중에서


인정? 어 인정


'나'를 버리는 일이 잘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도 그것마저 '나'를 가지고 이루려 했으니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든 과정이 그런 내 모습마저도 인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명상을 할 때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던 부분이 바로 '인정'이다. 인정하고 나면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닌데 이게 제일 어렵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점들이 다 바뀌길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빼기 명상은 '다른 사람이 되는' 방법이 아니라, '진짜 내가 되는' 방법이다. 여전히 나라는 사람 자체는 그대로다. 다만, 확실히 얽매임이나 집착이 많이 사라졌다. 순리대로 사는 삶이 가장 신나는 삶임을 실감한다. 나의 감정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더 잘 인지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어서 감정 표현도 쉬워졌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짜증도 내고 화도 내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오히려 전보다 부드럽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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