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싶다
그림그리기를 정말 좋아한다. 책읽기, 글쓰기보다 훨씬 더. 어릴 때 친구들이랑 그림 그리며 놀고, 만화책 따라 그리기도 즐겨 했다. 교과서나 문제집 구석탱이, 시험지에도 낙서가 가득했고... 미술시간 수채화 같은 건 채색에서 다 망쳐버렸지만, 선으로 따라 그리는 것은 꽤 잘할 수 있었다.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언젠가는 배워봐야지 하며 계속 미뤄오기만 했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망설이고, 자신이 없었던 것은 시행착오 없이 완벽한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 병 때문이었다. '배워본 적이 없어서...'는 핑계일 뿐이다. 혼자 얼마든지 시간을 더 투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실패가 두려워 꾸준하게 시도하지 않았다. 누가 "완벽"의 의미가 "완전 벽"이라더니 정말, 나의 완벽주의는 내가 좋아하는 일마저 즐기지 못하게 가로막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존중해주듯, 내가 그려내는 삶도, 글도, 그림도 사랑하고 존중해줘야지. 경험만한 공부가 없다. 옆에 있는 펜이라도 따라 그리면서 조금씩 연습장을 채워볼까 한다. 브런치에 글을 채우듯 그림도 쌓아가야지. 그러면 언젠가는 '따라 그리기'만이 아니라,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