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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Jun 15. 2017

나를 미워할 거야

마음수련 명상일기 - 피해의식

사진 - 오레오빙수 at 도쿄빙수
* 마음수련은 자기를 돌아보고 돌아본 마음을 버리는 마음빼기 명상 방법입니다. 저는 마음수련 명상을 하며 겪은 개인적인 변화를 글로 쓰고 있으며, 사람마다 살아온 삶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겪는 변화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마음이 버려진다는 것만 똑같습니다.


마음은 하루 아침에 비워지지는 않는다. 휴지곽에 든 화장지처럼, 항상 처음인 것처럼 한 장씩 뽑아내고 뽑아냈을 때 비로소 바닥만 남게 되는 것과 같다. 이건 버렸던 마음인데? 싶어도 그때 그것과 지금 올라온 마음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화장지 한두 장이 남았을 때는 마치 없는 것처럼 바닥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쉽게 뽑아낼 때보다는 조금 성가신 편이다. 그래도 마저 빼고 나면 비로소 '텅' 비게 된다. 끝을 보기 전까지는 인내가 필요한 셈이다. 굳은 때가 마지막에 남는 법이라, 마무리는 요한 과정이다.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헤매고 있었다. 어김 없이 찾아온 우울에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인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나마 예전과 다른 것은, 그 마음을 버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나 자신을 싫어했으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었다.


마음수련 명상으로 내 삶을 돌아보니, 이미 어린 시절부터 내 마음은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거야"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나는 움츠러들었으며 방어적으로 행동했다. 내가 했던 고민의 대부분은 그런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상대방의 사소한 말투, 몸짓, 표정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졌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변명의 여지없이 나는 '이기적'이다. 너무나 이기적이다. 다른 사람이 불편할까 봐 걱정하는 것은 얼핏 보면 상대를 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불편해지면 '나를 미워할까 봐' 상대를 의식하고, 걱정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커녕 언제나 나를 지키고 변호하느라 바빴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나를 위한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나머지, 말 그대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오해가 있으면 풀면 되는데 갈등을 두려워하고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며 변명하고 싶었지만 이미 그 억울함이 문제였다. 마음수련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영영 나를 '피해자'로 인식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이 "너는 너밖에 모른다"라고 말을 해줬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막막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서 그 말을 내 안에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변하려고 애를 써도 잘 되지 않았었는데, 뿌리가 되는 마음을 버리니까 변화는 저절로 찾아왔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할 때, 상대를 존중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랄까.


세상 모든 것이 내 마음의 표상이라는 것은, 마음을 버려보면 실감할 수밖에 없다. "나를 미워할 거야"라는 생각과 그것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나 과거의 기억들을 마음빼기 명상 방법대로 차분하게 돌아보며 버리니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닐 텐데,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식상한 말이지만 진짜로,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미워한 것이었다. 어떤 것이 정말 오해라면, 나의 진심을 꾸준히 행동으로 보여줬을 때 시간이 증명해준다는 사실도 뒤늦게 배웠다. 적어도 지금은 상대에게 나를 미워할 자유를 허락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몰라주면서 나만을 알아주길 바랐던 나였다. 내 코가 석 자여서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핑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상대가 나를 미워하게끔 행동한 것이 있다면 내가 스스로 돌아보고 버리면 되고, 서로를 수용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상대도 자신을 돌아보고 버리면 된다. 그렇게 함께 바뀌어 간다. 각자의 마음은 각자의 몫이다. 내가 가진 내 마음이라서 "내 탓I'm false"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기에, 마음수련 명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은 괜히 즐겁.


명상을 하다가,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것이 어째서 '내 마음'이라는 것이지?"의문이 든다면 그 생각마저 마음수련 명상 방법대로 차분하게 버려보면 스스로 알게 된다. 나는 그 '사실'을 그대로 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 사실에 대한 나의 '생각'에 휘둘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마음들을 비우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문제 해결은 더욱 쉬워진다.


나를 힘들게 하던,
'나 자신'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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