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Aug 05. 2017

무거운 어깨

마음수련 명상일기 - 책임감

사진 - 차 마시는 뜰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의사의 처방을 가장 지겨워 했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정말로 덜 아프다. 마음을 덜어내고 전체적으로 건강해질수록 안 좋은 데가 더 도드라지곤 하는데, 지난 주에 '어깨'가 그러했다. 역시나 호전반응이었는지 지금은 아주 괜찮아졌다. 살아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자주 어깨가 묵직해지고 손도 못 댈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럴 때면 한의원에 가서 시커먼 피를 뽑아내곤 했었다.


당시에도 그것이 내가 지고 있는 책임감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가족의 가난, 병, 습관, 화, 다툼, 눈물로 인한 고통이 완전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어떻게든 그 고통의 연쇄가 끊어지길 간절하게 바랐다. 그것도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너무 큰 데 반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으니까, 오히려 해결책에 대하여 발전적인 대안보다는 습관적으로 '나만 없으면'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누가 지워준 것도 아닌데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을 혼자 다 지고 있으니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도 없는데, 나의 부족함이나 내가 처한 상황을 인정하기 싫어서 괴로웠던 것 같다. 이제 와 명상을 하며 나를 돌아보니 나는 현실을 제대로 마주했던 적도 없다. 괜찮은 척, 착한 척하느라 내 마음이 썩어가는 줄도 몰랐다.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지지 말자. 나는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아니다.(웃음)


책임을 지는 것과
과도한 책임감을 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솔직함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