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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Aug 21. 2017

마음수련 명상할 때 혼란스러웠던 점

마음을 버리면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사진 - 김주희 작가님 작품 in 마음수련 공덕센터


* 오늘 이사를 해서 그나마 교통이 편리한 명상센터를 찾다가 마음수련 공덕센터를 선택했다. 와 보니까 아래 층이 치킨집. 마음에 든다. (ㅎㅎ)


마음수련 명상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그것을 버리는 '빼기' 명상이다. 지금까지 마음을 먹고, '더하기'하는 삶을 살았다면 마음수련은 먹은 마음을 배설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명상을 하기 전에 나는 마음 속 깊이, 켜켜이 쌓여 있는 감정 덩어리 때문에 병이 났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을 털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빼기 명상을 알기 전에는 '마음'이라는 것을 한 번도 제대로 토해낸 적이 없었고 토해낼 방법도 몰랐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마음을 버린다는 거지? 나는 처음에 명상센터에 가지 않고 그 방법을 알 수 있으면 혼자서 해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마음수련 명상 방법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탈 줄 아는 사람에게는 자전거 타기가 무진장 쉬운 일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패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갑니다"와 같은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패달 밟았더니 앞으로는 안 가고 넘어지네!!!"라며 따지기 전에 마음수련 명상센터에서 일주일 이상은 제대로 도움을 받으면서 배우는 것이 좋다. 스스로 중심을 잡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


마음수련 명상센터에 가면 '마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왜 버릴 수 있는지 알고, 버리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답을 찾다 보면 '빼기'가 아닌 '더하기'를 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사람은 줄곧 '생각'을 더하고 살아 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마음을 버리기 싫어한다. "나는 버리고 싶다고!"라고 말은 하지만 실은 나를 지키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마음을 버릴 수 있다. 그래도 궁금한 걸 못 참는 당신을 위한 경험담을 꺼내보려 한다.


(마음수련 명상은 방법대로 궁금한 마음도 버려보면 스스로 답을 얻게 된다.)


1. 버리고 싶은 것만 버리면 안 되나?

마음수련 명상의 핵심은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나'가 없으면 '나'의 마음도 없다. '나'를 지키려 하면 마음을 버리는 일은 아주 힘들 수밖에. '욕심'도 뿌리가 깊은 마음이다. 나는 1과정만으로도 불면증이 없어졌지만, '분노'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은 아직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인연에 대한 마음은 2과정에서 버리기 때문에 2과정에서 드디어 내가 버리고 싶었던 분노와 마주하고 말았다. 방법대로, 떠오르는 인연의 상을 버리는 동안에 내 마음에 가득했던 화도 함께 버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내 모습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지만, 마음빼기 명상은 방법대로 차분하게 버리다 보면 그 마음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 확인이 된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 버리고 싶은 것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방법대로 삶 전체를 돌아보고 버리려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바퀴, 두 바퀴 돌리다 보면 점점 속도가 붙는다.


2. 마음을 버리면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

맞다. 바보가 된다. 스트레스가 무슨 말인지 잊어버린다. (ㅋㅋ) 고백하건대, 때로는 마음수련 명상을 하는 게 스트레스였다. 명상을 하는 동안 내 속에 남아 있는 만큼 마음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직면하는 일은 피곤하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이라고 인정하기는 더 싫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명상 방법이고, 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비를 잘 넘어온 것 같다.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와도 그 마음을 금방 비울 수가 있으니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 아마도 궁금했던 것은 이게 아닐 것이다. 바보.. 마음을 다 버리면 아무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을 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비우니 나의 진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걱정하고 고민하는 시간은 줄었는데 오히려 일은 더 잘 풀린다. 신기한 일이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대로, 그런 표현들을 체감하게 된다. 사는 삶에 막힘이 없다. 마음을 버리면 본래인 세상 마음이 되니까 세상의 이치는 저절로 다 안다. 별 거 없다. 보는 대로, 있는 그대로가 세상이다.


3. 마음을 버렸는데 왜 또 마음이 올라오나?

휴지 에서 휴지를 뽑아 쓸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항상 새것처럼 뽑아져 나오지만 그것은 분명 이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다. 마지막 한 장을 뽑을 때, 완전히 버려진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조급함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얼마나 젊길래 하루 아침에 마음이 다 버려지길 기대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다. 답답하고 힘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명상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사람도 두어 명 만났지만, 내가 가진 마음의 실체를 직면하는 일이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니더라. 그러니까 내 말은, "마음이 안 버려진 것 같아서 답답하고 조급한 나"를 꺼내놓고 바라보라는 것이다. 바로 그 마음을 버려야 한다. 마음수련 명상은 '나'를 버리는 것임을 기억하자. 항상 방법대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명상에 임하자. 개인적으로 이건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질문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것 또한 내가 가진 마음이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걱정 말고 또 올라오면 또 버리자, 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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